[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축구와 연관된 모든 관계자들이 톱니바퀴처럼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 대학축구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뛰는 감독, 선수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학교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모두가 잘 맞아야 육성이라는 대학축구 본연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숭실대를 참고할 만하다. 1918년 창단, 1982년 재창단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숭실대 축구부는 그동안 U리그와 각종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내며 대학축구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학교 측은 홈경기장과 숙소 등 축구부를 위한 시설을 갖춘 건 물론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축구부에 대한 지원이 일회성,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예산의 제약은 있어도, 여건 상 규모가 조금 줄어들더라도,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철학은 오랜 기간 변하지 않았다. 꾸준함이 강점인 숭실대다. ‘KFA 홈페이지’는 지난 17일 숭실대 학생처장과 축구단장을 겸임 중인 스포츠학부 윤형기 교수를 만나 숭실대 축구부와 대학축구의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축구단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숭실대학교 스포츠학부 교수이며 학생처장과 축구단장을 겸직하고 있다. 학생처장으로서는 학생들의 여러 가지 의견을 학교본부에 전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축구단장으로서는 축구단을 지원하고 이들이 수업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U리그가 열리지 않아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많이 아쉽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기량을 발휘하고 검증받아야 할 무대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 무대가 열리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이 상황이 잠잠해지고 안전성이 확보돼 9월부터는 U리그가 열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축구부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대학은 운동부가 평균 5개부, 많게는 7개부까지 있는데 우리는 스포츠단 안에 축구부 하나만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학교도 축구부에 집중해 지원하고 있다.
숭실대 축구부가 오랜 기간 명문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숭실대 축구부는 1918년 창단했고, 해방 이후 1982년 재창단했다).
그동안 제한될 수밖에 없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축구부는 늘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훌륭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탁월한 지도력도 있겠지만, 숭실 축구를 사랑하는 여러 동문들의 애정과 관심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숭실대 축구부는 박주호, 이정협, 이동준 등 스타플레이어들을 많이 배출했다.
훌륭한 선배들이 많은 건 분명 자부심을 가져도 될 부분이다. 하지만 이 선배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재원이 현재 숭실대에 많다. 우리 선수들은 언제 어디든 기회가 주어지면 항상 자기 몫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준비된 선수들이다.
축구부 지원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지난 12년 간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한 상황이다. 예산이 녹록치 않다. 가용한 범위 내에서 예산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라 예전처럼 축구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하지 못하고 있어 송구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려 한다. 선수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하게 도와주고 있다. 경기가 열릴 때 지역 사회에 있는 유치원 원생들을 초청해 선수 에스코트로 함께 입장하도록 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어린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고, 축구부로서는 잠재적인 팬을 얻는 셈이다. 이런 이벤트가 선수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또 우리 학생들에게는 축구단복인 수트가 일괄 제공된다. 국가대표 출정식에서나 볼만한 멋진 수트다. 전국대회에 출전하면 다른 학교 선수들은 운동복 차림으로 오지만 우리 선수들은 단복을 맞춰 입으니 다른 학교 학생들의 부러움을 얻고 있다. 해외 전지훈련에 가면 같이 사진 찍자고 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운동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10년 전부터 학교 발전 계획에 운동장에 관한 내용이 항상 들어있었다. 현재 축구장은 2011년에 만들어졌으며, 학교가 언덕이 많은 지형임을 감안해 지하 4층에 놓았다. 원래는 축구 경기장을 1층 높이로 짓고 그 밑에 8천 평에서 1만 5천 평의 스포츠 복합 시설을 설치하려 했지만 U리그로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해야 해서 일단 지금과 같은 운동장을 완성했다. 지난해 8월에는 대대적인 보수를 했다. 잔디 컨디션도 그렇고 모든 게 다 최상의 상황이다. 우리 학교의 운동장은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2030년까지 길게 보고 운동장을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다.
이경수 감독이 성공적으로 팀을 운영 중인데.
숭실대 출신이라서 우리에겐 굉장히 특별한 분이다. 사명감과 책임감이 투철하고 소통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지도자라고 하면 권위주의자, 민주형, 자유방임형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데 이경수 감독은 민주형에 가깝다.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가 아닌 선배가 후배를 대한다는 생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소통과 독특한 카리스마가 합쳐졌다. 지도력이 워낙 좋아 선수들도 이경수 감독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솔직히 다른 팀에서 데려갈 까봐 걱정될 때도 있다(웃음).
대학축구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에 있는 기량 높은 선수들이 중퇴하고 프로팀으로 가는 추세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은 거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금보다 대학축구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대학 선수들이 프로 선수과 달리 숙련되지 않았기에, 어떤 경기는 아주 큰 점수 차가 나기도 하고 어떤 경기는 아주 거친 경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프로 경기보다 훨씬 다이나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기력을 바탕으로 대학 경기가 열릴 때마다 지역주민과 함께 한다면 다시 대학축구의 붐업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는 담이 없다. 학교 내 모든 시설이 지역 사회에 오픈되어 있어 함께하기 좋다. 홍보가 관건인데 이는 축구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대학축구의 구성원들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감독, 선수, 학부모, 학교 등 대학축구의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을 공정히 분리하고,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서 돌아가듯 조직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한 구성원이 중요시되고 그 구성원에게 권력이 생긴다고 하면 이는 분명 대학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유기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서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결과로 연결된다.
숭실대에 오고 싶어 하는 많은 선수들에게 숭실대 자랑을 해준다면.
우리 학교는 작지만 강한 대학을 표방한다. 숭실 축구부는 이런 강함의 선두주자에 있는, 학교의 자랑이기도 하다. 자기주도적인 훈련방식, 의사소통을 중요시하는 이경수 감독과 코칭스태프 등 선수들이 자랑스러워할 환경이 갖춰져 있다. 매번 대회 때마다 거리가 멀어도 찾아와주는 든든한 동문들도 있다. 앞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할 친구들이 숭실 축구의 일원이 된다고 하면 분명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월드컵 우승까지 한국 축구의 도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학축구는 한국축구의 자양분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오늘도 사명감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배출하는 각 대학의 노력이 있다.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매번 축구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각 대학 축구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에게도 ‘셀프감사’를 하고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