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우승팀다운 면모를 보여주자고 약속했다.”
지난달 제28회 백록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중경고 선수들에게 2020 금강대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는 또 다른 도전이다. 중경고는 5일 강릉강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수원FC U-18를 1-1 무승부 뒤 승부차기 끝에 7-6으로 이기며 8강에 진출했다.
중경고 수비수 이재훈은 “백록기에서 우승하고 왔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풀어질 수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다 같이 정신을 차리고 한 마음으로 뛰었다.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각오로 왔는데 이길수록 욕심이 생긴다. 2관왕 목표를 이루고 싶다. 코치님이 우승팀다운 면모를 보여주자고 말씀하셔서 그 이야기를 선수들끼리 깊이 새겼다”고 밝혔다.
이재훈은 전반 16분 선제골을 기록해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박)준도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예상을 해서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면서 “미드필더로 뛰었던 적이 있어서 공격적인 부분에 욕심이 있다. 그동안에는 골을 자주 넣지는 못했는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아져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골을 넣은 후 이재훈을 비롯한 중경고 선수들은 9번 조민성의 유니폼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조민성은 백록기에서 득점상을 수상한 중경고의 주포다. 훈련 중 부상을 당해 대회를 함께하지 못했다. 이재훈은 “마지막 추억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에 세리머니를 준비했다”며 동료애를 드러냈다.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승부차기에서 키커로 나섰지만 실축하고 말았다. 멋쩍은 웃음을 보인 이재훈은 “올해 승부차기가 처음이었던 데다 예전에 승부차기를 했을 때는 늘 졌던 기억이 있어서 긴장했다. 이번에는 이겨서 좋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라는 말이 이런 데서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에크리크 라포르트(맨체스터시티)가 롤모델이라 밝힌 이재훈은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는 수비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