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19년 만에 안은 영예다. 연세대 감독대행인 최태호 코치는 그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연세대는 지난달 27일 태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용인대와의 제56회 백두대간기 추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난타전 끝에 4-3으로 승리하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1년 고려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이후로 무려 19년 만이다.
사실 연세대는 2001년 우승 이후에도 2007년과 2011년, 2012년과 2015년에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을 기록했다.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19년 동안 아쉬움만 쌓아갔다. 하지만 2020년 대회 우승으로 드디어 한을 풀었다. 지난해 신재흠 감독의 퇴임 이후 팀을 이끌고 있는 최태호 코치는 “선수들이 서로 단합해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아 두 배로 기쁘다”며 웃었다.
전통 있는 명문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팀을 이끌고 있는 최태호 코치에게 이번 추계연맹전 우승은 든든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승은 최고의 동기부여이자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경 감독 승격 예정인 최 코치는 “주어진 재료로 밥과 반찬을 잘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팀을 잘 이끌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백두대간기 추계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우리가 우승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우승을 했다. 사실 우승할 멤버는 아니었지만 선수들이 서로 단합해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아 두 배로 기쁘다. 뜻하지 않게 우승하게 된 것 같아 나도 많이 놀랐다.
19년 만에 추계연맹전 우승이라고.
19년 전 우승 이후 이 대회 결승에 네 번을 올라갔다. 그런데 결승에 올라갈 때마다 계속 아쉽게 패했다. 최근 들어 경쟁은 더 심해졌다. 대학 전체가 하향평준화 된 탓에 어떤 팀이 이길 것이라고 쉽게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어느 하나 쉽게 볼 팀이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는데 우승까지 차지했고, 그것도 19년 만에 했으니 더 기쁘다. (연세대 서승환) 총장님께도 인사드렸는데, 정말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용인대와의 결승전에서 양 팀 합쳐 7골이 터졌다.
원래 결승전은 한 두골밖에 안 난다(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골이 많이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양 팀이 모두 수비가 약했다. 게다가 결승전 당일 날씨도 더웠고, 체력도 떨어진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잠깐 정신줄을 놓아버리니 골이 계속 터진 것이다. 중계로 경기를 본 사람들이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들은 그야말로 똥줄이 탔다(웃음). 한 골 한 골이 정말 피를 말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이번 결승전은 정말 스릴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이겼으니 재미는 있었다. 졌으면 기분 나빴을 텐데.
코로나19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았는데.
올해 초 동계훈련을 정말 착실히 했다. 그런데 3월인가 4월부터 학교에서 운동장을 닫아버려서 그 때부터 산을 열심히 뛰었다. ‘왜 산을 뛰냐’고 (선수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웃음). 물론 숙소에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다.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 달 정도 기간을 잡은 뒤 프로팀과 연습경기도 하고, 전지훈련도 2주 정도 다녀왔다. 대회가 열리기 전에 미리 태백에 도착해 적응훈련도 병행했다. 특히 프로팀과의 연습경기가 선수들에게는 자극제가 된 것 같다.
지난해 신재흠 감독이 퇴임한 이후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어오고 있는데.
코치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팀을 이끌어가는 건 막중한 책임감이 동반되는 일이다. 경기에 이기거나 지는 건 선수들이 잘하거나 못하는 걸 떠나서 온전히 내 책임이다. 어깨가 많이 무겁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내가 원하는 축구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데리고 연습도 해보고 경기도 해보니 나름대로 재미와 보람이 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처럼 대회에서 우승하니 기분도 좋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니 꼭 내 자랑하는 것 같다(웃음). 아무튼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어떤 스타일로 팀을 이끌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습 경기를 할 때마다 선수들을 배려하는 편이다. 골고루 경기에 기용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대회를 앞두고 어떤 멤버를 구성해야 할지, 선수 개개인의 능력 즉 반게임 용인지, 풀게임 용인지 등을 구분한다. 조커로 써야 할 선수들도 연습경기를 보면서 구분한다. 가끔은 학년별로 선수들을 통으로 빼보면서 몇 학년을 빼야 경기가 제대로 되는지를 연구하기도 한다. 실험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포메이션을 그대로 유지하되 우리 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걸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많이 한다.
전통 있는 명문팀을 이끈다는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연고전 때 그 부담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연고전 승패에 감독 자리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B나 동문들도 연고전에 모든 신경을 쓰고 있다. 학교에서도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올해 코로나19로 연고전이 취소돼 안타깝다. 내년에 하게 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실 감독이 직접 선수 스카우트를 하지 못하기에 연고전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팀이 동일한 상황이니 주어진 재료로 밥과 반찬을 잘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평소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첫 번째가 인사를 잘하는 것이다. 인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인성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을 시작할 때 항상 인사 연습을 하고 시작한다. 한 명씩 인사를 시켜보면서 각도나 자세 등을 지적한다. 기본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더욱 성실하고 열심히 운동에 임해야 한다. 한창 실력이 늘 시기이기에 성실하게 운동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대학축구의 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요즘의 대학 축구는 하향평준화됐다. 옛날에는 연세대나 고려대라고 하면 전국에 있는 선수들이 지원서를 냈고 이 중에서 잘하는 애들 8~9명을 스카우트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감독이 선수 스카우트를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수시로 성적과 서류 심사를 하니 각 팀 간의 실력 차가 거의 사라졌다. 사이버대학 축구부에도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간다. 과거에는 약체로 분류되는 팀이 우리랑 만나면 내려서서 수비에만 치중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내려서서 수비하다가 역습해야 할 것 같다.
결론은 훈련밖에 없다. 꾸준히 훈련시켜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발고는 없다. 선수들에게는 끊임없이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을 많이 한다고 자신감이 느는 건 아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멘탈 트레이닝이 중요하다. ‘너는 잘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주입을 시켜줘야 한다.
사실 요즘 선수들은 옛날처럼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레벨만 되면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거기서 한 단계 올리기 위해 운동을 더 해야 하는데 그냥 만족해 버린다. 그러니 어쩔 때는 대회가 안 통해 힘들 때가 있다(웃음). 그래도 지도자니 계속 끌고 가야 한다.
올해 남은 목표는.
3, 4학년은 취업 때문에 프로팀 테스를 봐야 한다. 운동 꾸준히 하면서 이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U리그를 포함해 올해 남은 대회가 잠정 연기가 된 상황인데, 재개되면 거기에 맞춰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실 앞으로의 일정이 불분명하기에 뭐라 목표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그저 선수들이 코로나나 안 걸렸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