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
이제 남은 시간도 얼마 없다
짙푸르게 보이던 하늘도 점점 더 하얗게 보이고
바짝 탄 목구멍 안에선 마른 기침만 연신 새어 나온다
하얀 백열등 아래 열병을 앓은 듯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다
작년 여름장마 때부터
새기 시작한 얼룩이천장 가장자리 쪽에
선명히 그려져흐릿해진 눈을 어지럽힌다.
열 한해 전 어느 봄날
할멈이 허리를 두드려가며 힘들게 한 도배였는데
얼마나 흘렀을까
집 앞 텃밭에서 억새 뿌리를 괭이로 캐고
동네 어귀 자그마한 논배미에 봇물 보러 간지가 언제였는지
이젠 아예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다
할 일도 많고 하고픈 일도 많았는데
일어서야지
다시 꿈지럭 거리며 일어서야지
텃밭에 심은 들깨랑 참깨 볶아
손주 녀석들 오면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어야 하는데
어이할꼬
이 망할 놈의 침대가
이 썩을 놈의 방구석이 삶에 지친 육신을 놓아주질 않는구나
오늘따라
아홉 해 전 동지섣달
그 추운 날 뭐가 그리 급하다고 두눈가에 이슬 가득 머금고
먼저 간 할멈이 이리도 눈에 ?힐꼬
어차피 마음의 문만 열면
어차피 이생의 문턱만 넘으면 서로 만나게 될 것을.
*김단 (金丹) 시인.수필가.배우.기자
울산광역시 올해의 책 읽기 추진위원회 위원
울산광역시 북구 도서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책 읽는 울산광역시 북구 추진위원회 위원인
터넷일간신문 "뉴스울산" 정치부장주간
한국문학신문 울산광역시 지역본부장
(사)한국국보문인협회 울산광역시 지회장
(사)울산광역시 해양포럼 위원
*단편영화 "유리가면"
주연 강형사 역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