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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칼럼) 운보와 우향의 예술세계 / 류시호 논설위원

청각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부부가 화합하여 예술세계를 탐미했다.
        운보와 우향의 예술세계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교직에 근무하며 증평읍에 살 때 청주시 내수읍에 있는 운보의 집에 가끔 갔다. 운보 김기창은 부인 우향 박래현 화가와 사별 후 어머니 고향에 집을 짓고 이사를 해서 이곳에서 별세했다. 이들 부부는 성북동에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하였는데 그곳이 운우미술관이다. 운보는 초록과 푸른색을 많이 사용했으며, 바보 산수풍의 '달밤', 청록산수 풍의 '', '백운도', '청산도 등 바보 산수화가 유명하다. 그는 성화집 한복 옷을 입은 예수의 생애를 그렸고,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의 세종대왕 초상화도 그렸다. 또한 판화기법으로 그림을 많이 제작하여 장애인을 위해 헌신했고, 부부가 한국화의 추상화도 시도했었다.

  독일은 루터의 종교개혁 5백주년 기념으로 독일 역사박물관에서 서울미술관 소장의 김기창 화가 예수의 생애를 특별 전시했다. 그런데 똑같은 판화작품이 운보의 집 한옥 거실 지하에 마련한 특별실에 있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운보는 1951년 군산 피란 시절 예수의 일생 29점을 완성했다. 예수의 삶은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고, 조선시대 복장으로 풍속화를 연상시킨다

  최근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시회를 갔다. 미국 여행 당시 우향 박래현은 여행 가이드의 영어 설명을 구화와 몸짓으로 김기창에게 설명해줬다. 여행에 동행한 수필가 모윤숙이 그런 모습에 관심을 보이자 박래현은 자신이 삼중통역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전시회 제목 '삼중통역자'가 회화, 태피스트리, 판화의 세 매체를 넘나들며 연결했던 그의 예술세계와도 겹친다

  이번 전시회는 개인들이 소장해온 대표작들이 대거 출품됐으며 회화, 판화, 태피스트리 등 총 138점을 전시했다. 1부에서는 우향이 일본에서 배운 일본화를 버리고, 수묵과 담채로 당대의 미의식을 구현한 현대 한국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박래현의 대표작 조선미전 총독상 수상작 '단장', 대한미협전 대통령상 수상작 '이른 아침',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 '노점' 등 귀한 작품 3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들 부부의 삶을 보면, 청각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대화가의 꿈을 이루었고, 부부가 화합하여 예술세계를 탐미했다. 그런데 예술가가 아니라도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느낄 때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인사동 미술관과 갤러리에 가끔 들리면 화가와 공예가,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 등을 많이 만난다. 필자가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연수를 통하여 동?서양 미술사를 배우고, 인사동 갤러리를 통하여 예술세계를 접하면서 더욱 그림을 가까이하고 있다. 그래서 동양화와 서양화 몇 점을 구입하여 계절에 따라 바꾸어 거실과 서재에 걸어두고 감상을 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청주시 내수읍 운보의 집이나 서울 성북동운우미술관, 인사동에 가서 작가들의 그림도 감상하고 예술가의 삶을 느끼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성을 움직이게 해주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 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생활이지만 우리 모두 직접 시를 써 보거나 악기연주, 그리기 등에 참여하여 즐거움을 느껴보자. 그리고 박물관이나 문화전시회, 고궁, 음악회, 미술관에 자주 가서 자신의 감성도 살리고 문화 예술을 사랑하며 살자.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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