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부채길과 횡성호수(橫城湖水)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코로나 바이러스에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지인들과 가을을 보내며 정동진 부채길과 횡성호수길 문화여행을 갔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의 '정동'은 임금이 거처하는 한양(경복궁)에서 정방향으로 동쪽에 있다는 뜻이다.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란 뜻에서 유래되었고, 정동진의 ‘부채끝’ 지형과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의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같다. 그래서 강릉출신 이순원 소설가가 제안하여 “정동심곡바다부채길”로 지명이 선정되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곳이며,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2300만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이다.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 ~ 심곡항 사이 약 2.86㎞ 탐방로가 조성되어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과 웅장한 기암괴석에서 오는 비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그동안 해안경비를 위해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만 이용되어 온 곳으로 천혜의 비경을 볼 수 있다.
묵호항 단골 회집에서 복어와 방어로 바다향기를 느끼고, 숙소인 원주시 문막읍 지인의 농장으로 갔다. 저녁은 바비큐로 농장에서 밤을 맞이하니 고향에서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아침식사 후 횡성호수를 갔다.
횡성호수는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에 있는 인공호수로 1990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00년에 완공되었다. 이 댐은 11년 만에 완공된 호수이다. 10여 년 전 이곳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반가웠다. 횡성호는 수몰민들의 큰 반대 속에 5개리가 수몰되어 만들어졌다. 이곳의 큰 특징은 댐과 함께 물전시관이 세워졌다는 것인데, 국내에서 유일한 이 전시관은 물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횡성호는 횡성군의 발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수몰민들의 잃어버린 삶을 되새겨보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횡성호의 끝 지점인 중금리에는 수몰민들의 고향에 대한 마음을 간직하기 위하여 '망향의 동산'이 있다.
그리고 수몰지역의 문화유적과 그들의 삶과 자취를 보관한 자료관과 화성정이 옛 모습 그대로 옮겨져 있다. 이곳 화성정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물안개 자욱한 횡성호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부채길이나 횡성호수를 여행하며 코로나에 지친 심신을 달래보세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