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생활의 아름다운 추억
류 시 호 / 시인 수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헬스장이 문을 닫아 케이블 TV로 ‘세상에서 가장 험한 등굣길이라는 프로를 며칠간 보았다. 남미의 오지(奧地) 호수마을, 세 자매가 물이 들어오는 보트를 타고 학교에 간다. 언니 2명은 앞, 뒤에서 노를 젓고, 6살 막내는 물을 퍼내고 세 자매가 힘을 합쳐야만 갈 수 있고, 아프리카에서는 사막을 2시간 걸어서 학교에 간다. 그런데 아이들이 보트와 사막을 걸어 학교에 가면, 즐거운 친구들이 있다.
얼마 전, <교실 안의 야크>라는 부탄왕국 영화를 보았다. 행복지수 1위 은둔의 나라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 신임교사로 일하는 유겐은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호주로의 이민을 꿈꾸는 그를 주민이 56명에 불과한 전 세계에서 가장 외딴 벽지학교로 보냈다. 산골학교까지는 수도 팀푸에서 차로 하루를 달리고, 산길을 노숙하며 5일간 올라가야 하는 험준한 곳이다.
산골 오지(奧地)에서 철부지 선생 유겐이 칠판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과 아이들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며 순박함을 느꼈다. 이곳은 야크 똥이 땔감이라서 동네 처녀 목동 살돈이 야크 한 마리를 선물하며 추운 날씨 때문에 교실에서 키우라고 했다.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 뒤로 교실 안에서 풀을 먹고 있는 야크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오래전, 충청북도교육청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괴산군 산골 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중부고속도로 증평IC를 빠져나와 괴산 가는 모래재를 넘어 한참을 달렸다. 푸른 산과 맑은 냇가, 산골길의 여유로움에 마음의 풍요를 느꼈다. 그런데 시골 학교 사택에서 혼자 지내려니 너무 적적하고 답답했다.
체육 시간에 아이들과 이어달리기를 했다. 자기 팀을 위해 열심히 뛰다가 운동화가 벗겨지니 한쪽은 운동화 또 다른 한쪽은 양말만 신고 뛰었다. 어찌 그 순박함에 매료되지 않을 수 있을까. 방학식 날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격려의 말을 하고 보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오니 여학생들 3명이 "선생님. 사랑해요. 방학 동안 잘 계시고 건강하세요."라는 글을 칠판에 크게 써 놓고 갔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동안 국내와 해외 여러 곳의 다양한 경험과 사회 활동, 글짓기 논술웅변학원 운영의 경험을 살려 아이들을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꿈을 가지도록 열심히 지도했다. 특히 필자의 주특기인 글짓기에 정성을 들여 훌륭한 문학 지망생 제자들을 많이 길러냈다. 퇴임 후 뒤돌아보니 교직 생활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롱거린다. 지금은 마을 학교에서 글쓰기와 한국사를 지도하고 있다. 먼 훗날 제자들이 훌륭한 스승을 만났었다고 생각되기를 고대해 본다.
세계 각국의 위험한 등굣길과 세계의 오지 학교를 TV와 영화로 보며 생각나는 것은, 학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나고 희망과 꿈을 주는 선생님을 만나기에 열심히 등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50~60년대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던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각종 지원과 혜택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온전히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 모두가 필요하다.’ 는 말이 있다. 교육은 교사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학생, 학부모, 동네 사람 모두가 협조해야 한다. 아이들 교육은 미래를 창조하는 밑거름으로 우리 모두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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