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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때 묻은 약속

<세월에 때 묻은 약속 >                                           

정말, 야속했다.

2년 전에 넙죽 절은 받았을 때는 몰랐다. 그저 평범하고 정직해 보였고 모습을 보면 선한 사람으로 모두는 생각했다. 야누스는 그런 모습이었던가, 아무튼 세월이 흘러가니 커피 한 모금으로 모든 것을 비워야 했다.

탓을 한들 무엇하랴. 체념하기에는 울화통이 치밀지만, 그 약속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래, 그 세월이 얼마나 가더냐? 라고 묻기로 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다 덮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 내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그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좋은 자리 낮은 자리 높은 사람 청에 할 수 없이 자리를 앉혀놓고 맨땅에 사람 손을 잡으며 웃어가면서 그 사람이 좋응께 부탁하요라며 발이 닮도록 뛰어다녔건만 앞에서 웃는 사람 이며, 크게 소리 지르던 사람은 모두 회전의자에 앉아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는 전화도 사절하고 있다. 옛말에 사람이 변하면 큰일 난다 했는데 인간다운 모습이 보고 싶다.

처음 가본 곳을 두 관청에 다니며 수 시간씩 죄인 취급하듯 조서 받고 거짓말하면 처벌받는다는 선서를 해야 하는 비애를 겪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이었던가 묻고 싶다.

입에 거품을 물고 곁가지에 달린 사람에게 못된 사람이라 전화통에 대고 칭얼거렸더니 그냥 커피 한잔으로 미안하다. 그러니 정말 못된 사람이라 생각된다.

생면부지 사람이 측근이라며 뻔질나게 전화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해놓고 잘 부탁합니다애절한 목소리 그 시간이 지났으니 모두가 그의 말도 헛된 부탁이 되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없다이 말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회전의자는 늘 주인이 바뀌는 법이다.

그러니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누굴 탓하랴, 다 내 복이 없는 것이라 치부해둔다. 앞으로 긴 시간이 남았으니 가던 길가에 가시 꽃을 틔우며 갈 수밖에 없다.

그때 그 마음이 처음처럼 늘 맑고 푸르렀으면 했다. 하지만 세월이 묵은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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