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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활동)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 류시호 논설위원

새로운 시대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문인과 화가들이 협력했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일제강점기와 해방 무렵에 우리나라 화가와 문인들은 글과 그림의 경계를 넘어 활동했다. 암울함 속에서 신문화(新聞化)가 유입되며 큰 변화를 몰고 왔다. 1930~50년대를 중심으로 미술인과 문학인, 예술가들은 왕조시대 문화에서 서양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며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1935년 월간 현대문학은 박고석, 장욱진, 천경자 등 최고 화가들에게 표지 그림을 맡겼다. 화가 구본웅은 시인 이상을 위해 친구의 초상을 그렸고, 이상은 1934년 종로에 제비 다방을 열었는데 구본웅의 그림을 걸었다. 그리고 시인 김기림은 기자로서 구본웅의 전시내용을 호평했다. 1930~1940년대 경성(서울)은 다방에서 새로운 시대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문인과 화가들이 협력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연수 때, 명지대학 이영열 교수에게 한국 근, 현대 미술의 이해강의를 들었다. 왕조시대 이후 현대 서양화의 시작은 동경미술학교에서 공부한 고희동의 자화상’(1915)과 동경예술대학에 소장한 김관호의 해 질 녘’(1916)에서부터 이다. 김관호의 해 질 녘 그림은 인상주의를 도입하여 캔버스에 유화(油?)2명의 여인 뒷모습을 누드로 그렸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1930~50년대 미술인과 문학인이 함께한 전시회를 갔다. 전시장은 전위와 융합, 지상(紙上)의 미술관, 이인행각(二人行脚), 화가의 글과 그림 등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전시내용은 문학과 미술이 만나 그림 같은 시를 쓰고, 시 같은 그림을 그린 작가들의 작품과 서지 자료 등 총 300여 점이 출품되었다.

    당시 신문소설의 삽화가들은 인기가 매우 높았다. 시인과 화가가 만나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어울리는 화문(畵文)의 세계는 문예인들의 높은 지적, 미적 수준의 결정체로 근대기의 시집들이 출판되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등 시인들 작품 원본을 감상했다.

  시인들과도 가깝게 지낸 김환기는 김광섭이 죽었다는 잘못 알려진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그의 시구절에서 제목을 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1970)를 그렸다. 이 그림은 김환기를 대표하는 점화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고, 화가 정현웅은 주황 물감과 먹색의 선으로 시의 이미지를 시각화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본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전시회는 1930~50년대 미술인과 문학인이 예술적 토양을 생각하며 이룩한 업적들이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은 문인들과 화가 등 우리 근대문화 유산의 토양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요즘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저력은 어두웠던 일제강점기와 근현대 시대를 살아오며, 열정적으로 활동한 선배 예술가들의 힘이 축적된 덕분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수양을 쌓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예술가는 영혼의 자유로움을 한껏 발휘하여 작품을 만들겠지만, 예술에도 철학과 인문학이 배어 있어야 혼이 살아난다. 전 국민이 코로나로 갑갑해서 하고 우울증도 생긴다. 좋아하는 책과 미술, 음악, 영화도 보고, 우리 모두 마음을 넉넉하게 나누고 살았으면 좋겠다. 바쁜 일 잠시 접어두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서점에 들러서 책도 읽고, 명화 감상도 하고, 예술을 사랑하며 즐겁게 살자. / 논설위원

  P.S.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회는 530일까지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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