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숙
잎이 마르고 꽃잎은 시든다
이리떼는 여기저기
피 맛을 뒤지고 꽃봉오리도 봄도 슬프다
분명히 내 땅인데 바늘 세울 공간조차 없다
백의는 피로 물들어 있다
까마귀 저승노래로 머리맡 어지럽고
*아우내 갸륵한 혼 피지 못한 꽃송이
원수 놈 돌아가거든 자유 깃발 함께 피리
결박하고 매질해도 독립만세 목이 쉬고 뭉게구름 솟는다
응어리 하늘에 닿아 눈물마저 말랐다.
돌아보고 헤매고 신음 소리 무슨 세상
차라리 칼 찬 감옥 떳떳하고 편하더라
이 목숨 끊어지더라고 失國恨 더할쏘냐.
봄이면 꽃 피고 여름이면 녹음 짙고
그 가운데 대한독립 저승까지 들려오면
나도야 저승에서나마 님과 함께 만세삼창 부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