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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나 희망의 봄을 맞는다

수원시·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구호에서 자활까지 노숙인 지원

[뉴스시선집중, 윤금아기자] 새순이 돋고, 신입생들이 새 학교를 가는 봄은 누구에게나 설렘을 선물한다. 올봄은 특히 더 그렇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시작되며 송두리째 없어졌던 봄을 2년 만에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2021년 봄이 더욱 따뜻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수원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가 수원시와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자활의 결실을 맺은 주인공이다.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누구나 저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수원시 장안구의 한 동행정복지센터가 주민들을 맞이하기 전에 곳곳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A씨(59). 힘들 법한데도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청소를 하는 그는 2년 전만 해도 거리에서 생활하던 ‘노숙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화물차 운전을 하며 생활하던 그였지만 2015년께 찾아온 위기는 갑작스럽고 버거웠다. 연쇄적으로 부도가 발생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고,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다시 일어서 보겠다는 의지를 잃은 그는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살던 집과 차량을 처분하고 정처 없이 지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그는 2019년 3월 수원역으로 왔다.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가끔 일을 하러 가서 번 돈으로 담배를 사서 피웠다. 다행히 술은 마시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 잠을 청하려 할 때면 누군가 나타나 “찬 데서 자지 말고 임시숙소에서 주무시라”고 권했지만 듣지 않았다. 거리에서의 생활은 ‘생각’을 멈추게 했다.

머지않아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수원역에서 지낸 6개월여 만에 다리가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점점 몸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거동에 주변에서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에게 알려 병원에 입원을 했다. 뇌경색이었다.

다시서기센터의 지원으로 입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후에도 그는 수원역을 찾았다. 그러다 한 달 여가 지나며 문득, ‘더 이상 추락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를 도와준 센터가 제안했던 ‘특화자활사업’에 참여할 결심을 한 것이다.

거리 생활을 한 지 7개월여 만인 11월부터 특화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그는 다시금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쇼핑백을 제작하거나 거리를 청소하는 일도 했다. 고시원 방을 임시주거로 지원받았는데, 그는 입실한 첫날을 잊지 못한다.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두꺼운 옷을 벗고 편안하게 발을 뻗고 따뜻한 곳에서 누우니 평온했다”고 말이다.

A씨가 성공적으로 자활할 수 있도록 수원시와 다시서기센터의 지원도 연계됐다. 초기노숙인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센터에서 병원 진료를 지원해줬다.

활기찬 생활의 즐거움 맛을 본 것도 잠시. 2020년 봄 코로나19가 유입되면서 특화자활사업도 중단됐다. 그래도 건강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매일 마스크를 쓰고 산책에 나섰다.

A씨와 다시서기센터는 신용불량자 신분이어서 통장을 개설하지 못해 일자리를 찾으려 해도 늘 걸림돌이 됐던 신용 문제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기로 했다. 자격증 취득을 지원받아 다시 운전면허를 따면서 자활의지도 강해져 금연에도 성공했다. 벌써 6개월째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9월에는 매입임대주택으로 입주도 했다. 방 한 칸의 고시원에서 방과 주방, 화장실이 있는 새집으로 이사하니 마치 ‘궁궐’ 같았다. 특화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받은 수당의 절반을 모아두었다가 필요한 살림살이도 장만했다. TV와 냉장고, 밥솥 등 가전제품들을 중고로 구해 집에 들여놓으며 자활을 해냈다는 자부심도 커졌다.

올 초부터는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로 선정돼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저녁때면 직접 계란말이를 해 소박한 밥상을 차려 먹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하기만 하다.

생활이 안정되면서 그는 주변인들을 돕는 일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함께 자활사업에 참여했던 동료가 잘 지내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가끔 수원역을 찾아가 여전히 거리 생활을 하는 노숙인들에게 자활사업 참여를 권유하기도 한다.

이제 A씨의 목표는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는 “일을 할 수 있고, 거리 생활을 극복했다는 자부심으로 맞는 새 봄이 무척 즐겁다”며 “내가 극복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희망을 갖고 극복할 수 있길 바라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극복 과정을 통해 어려운 사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내가 비로소 이 지역의 시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수원시와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추위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숙인의 구호부터 상황과 특성 및 욕구에 따른 다양한 지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리 노숙인들의 초기 상담을 통해 일시보호시설이나 자활시설로 연계하고,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적응 기간을 거쳐 사회로 복귀할 힘을 길러낸다.

이 과정에서 심리상담 치유, 자격증 취득, 신용회복 등의 지원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노숙인만을 대상으로 한 특화자활사업은 일자리와 주거지원이 함께 병행된다.

지속적인 관리로 자활의 기반을 마련한 경우 노숙에서 탈피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지역사회에 복귀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노숙인 31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해 주거 안정을 얻었고, 20명은 상용직으로 취업했다. 또 9명의 노숙인은 개인회생과 파산신청 등의 절차를 통해 신용회복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특화자활사업 참여자 50여 명이 제작한 쇼핑백 수익금(157여만 원)은 지난 10일 미혼모시설 고운뜰에 기부금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및 경기침체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노숙인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줄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활에 성공한 사례가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섭 수원시 복지정책과장은 “지속적으로 노숙인 보호 및 지원에 최선을 다해 노숙인들이 희망을 품고 따스한 봄을 맞아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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