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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청암문학 봄호 제18호(발행인 방효필)/류시호 논설위원

석학 이어령은 역사는 할아버지의 혼(魂)이며 할머니의 영(靈)이라고 했는데,
연천의 숭의전과 목은 사당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경기도 연천에 거주하는 이재성 시인의 초대로 연천 지역에 있는 고려 왕건과 3명의 왕을 모신 숭의전지(崇義殿址)에 갔다. 숭의전은 고려 태조 왕건을 비롯해 나라를 부흥시킨 4명의 왕과 고려 충신 16명의 위패를 모셨다. 원래 이곳은 고려 태조 왕건의 원찰(願刹)이었던 앙암사가 있었던 곳이다.

교직에 근무할 때 조선시대 서울의 궁들과 종묘, 사직단, 중앙박물관, 고궁박물관, 민속박물관 등에서 연수를 여러 번 받았는데, 특히 종묘와 사직단에 관심이 많았다. 조선시대 왕들은 서울 종로 종묘에 신주를 모시듯 고려의 수도 개경과 가까운 연천군에는 고려의 유적들이 많다.

세종의 아들 문종은 숭의전이라 이름 짓고 고려 4명의 왕과 더불어 고려의 개국 공신 복지겸, 홍유, 신승겸, 유금필, 배현경 등을 모셨다. 그리고 서희, 강감찬, 윤관 장군 등과 김부식, 김취려, 조충, 김방경, 안우, 이방실, 김득배, 정몽주 등 충신 16명을 배향토록 하였다. 고려를 멸망시킨 조선이 고려 왕조를 배려한 것은 유교 국가로서 역대 시조의 의례 체계를 정비하며, 고려 왕족 및 고려 유민 등에 대한 회유 차원에서 세워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서 연천군 왕징면에 있는 목은 이색 영당을 갔다. 마을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다 보면, 고려 말기 목은 이색과 삼봉 정도전 그리고 포은 정몽주가 나온다. 정몽주는 3번 장원급제 한 천재이다. 목은 이색은 고려 후기의 성균관 대사성, 정당문학, 판삼사사 등을 역임한 관리로 문신이자 대학자였다. 성균관 대사성은 학자로서 가장 명예로운 직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 속 고려 말의 충신 중 대표적인 사람들을 삼은이라고 부르는데,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야은 길재이다.

연천군의 역사탐방을 한 후 이재성 시인의 농장에서 토종닭 백숙을 맛있게 먹고, 풍성한 채소 선물도 받은 후 옥계마을 습지 공원을 갔다. ?습지는 오랜 시간을 두고 물이 고이는 과정을 통해 생성된 지역을 말한다. 습지는 일 년 내내 혹은 연중 일정 기간 물에 잠겨 있거나 젖어 있는 지대를 말한다. 생태계에서 습지의 역할은 중요하며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연천군에서는 미라클타운을 조성하면서, 인근 논이었던 자연지형을 살려 작은 습지 공원을 조성했다. 습지 공원 데크 길을 걷다 보면 물 위로 퍼드덕하고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는데 새의 날갯짓 소리였다. 그 소리는 생명의 소리이고, 작은 습지에서 깨닫는 즐거움이다. 아래쪽 데크 길로 들어서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마치 자연이 연주하는 협주곡 같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것은 후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고려 개국 왕들과 16명의 충신 신주를 모신 숭의전과 고려의 충신 목은 이색 사당을 보고 나니 화려했던 고려 시절이 생각난다. 서희, 강감찬, 윤관, 김부식, 그리고 정몽주 등은 고려를 지킨 영웅들이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다.’ 라는 명언이 있다. 옛것을 알면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거울이 될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의 석학 이어령은 역사는 할아버지의 혼()이며 할머니의 영()이라고 했는데, 몸과 정신, 마음을 가다듬고 바르게 살자. 오늘이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하다. 그런 작은 행복들이 쌓여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우리 모두 장수시대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며 살자. P.S. 이 원고는 3,600자인데 지면 관계상 1,700자로 올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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