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12일 삼척 복합운동장 A구장에서 열린 제29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중등부 결승전에서 울산현대청운중이 충북예성여중에 1-0으로 승리했다. 전반전에 다소 고전했던 현대청운중은 후반 15분에 터진 장예린의 결승골에 힘입어 2018년 이후 3년 만에 여왕기 정상에 올랐다.
4월에 있었던 2021 춘계여자축구연맹전 우승에 이어 2관왕을 달성한 현대청운중의 김관석 감독은 “3년 만에 우승이라 남다르다. 춘계연맹전도 어렵게 우승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다”며 겸손한 우승 소감을 전했다.
비교적 탄탄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현대청운중이었지만 결승까지 오르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조별예선에서 2승 1무, 조 1위로 본선에 올라온 현대청운중은 8강전에서 서울오주중을 1-0으로 이기고 준결승전에서 전남광영중을 만났다.
“역시 광영은 힘들다.” 준결승전 후 김광석 감독이 내뱉은 말이었다. 춘계연맹전 중등부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두 팀답게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승부였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현대청운중은 후반 4분 광영중 이하늘에게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내줬다. 다행히 곧바로 후반 6분 프리킥 기회를 맞았고, 원주은이 키커로 나서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점골을 터트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차기에 돌입해서도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았다. 7번째 키커까지 순서가 왔다. 광영중 마지막 키커의 킥기 골문 옆으로 빗겨가면서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가 찍혔다. 현대청운중은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일제히 그라운드로 달려가 얼싸안으며 환호했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었다.
결승에서 만난 예성여중은 춘계연맹전에서 이미 맞붙어 이겼던 상대였지만, 현대청운중의 공격수 3인방 임아리, 권다은 원주은이 예성여중의 수비에 고전하며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결국 한 골이 승부를 갈랐다. 후반 15분 원주은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중앙에 있던 장예린이 정확한 헤더로 꽂아 넣었다.
경기 막판 예성여중이 공격을 몰아쳤지만, 장예린의 결승골을 잘 지켜낸 현대청운중이 여왕기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장예린은 득점을 담당하는 포지션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헤더 한 방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날 결승전 수훈선수로 뽑힌 장예린은 “믿기지 않는다”며 “(결승골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현대청운중이 왕좌에 오르기까지에는 공격진들의 득점력도 큰 역할을 했지만, 전 경기 2실점을 기록한 수비진들의 공도 컸다. 대회 최우수선수의 영예도 수비수 구영연이 안았다. 골키퍼 상을 받은 김지윤은 준결승전 당시 실점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지만 승부차기를 비롯해 중요한 순간 선방을 펼치며 활약했다 “우승해서 기분 좋게 울산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던 김지윤은 결승전을 무실점으로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현대청운중 선수들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서로 도와가며 경기를 해나갔다. 서로 간의 신뢰가 현대청운중을 우승으로 이끈 힘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승리 소감에 앞서 함께한 동료들을 먼저 언급했다.
광영중과의 치열했던 준결승전가 끝나고 공격수 3인방은 일제히 입을 모아 “동료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4골을 기록한 임아리는 “뒤에서 잘 버텨준 수비라인 친구들 덕분에 힘이 났다. 그 친구들에게 제일 고맙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6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원주은 또한 “서로 의지하며 뛰었기 때문에 매 경기 승리할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결승전 결승골의 주인공 장예린 또한 “(크로스를 올려준 원주은에게) 경기 후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며 동료를 언급했다. 대회 기간 중 생일을 맞이했던 주장 김지원도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묻자 “동료들이 잘 따라주고 있는 것 같아 많이 고맙다”며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관석 감독은 제자들이 동료애를 바탕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는 “선수들에게 동료애가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고 치열한 경기들을 선수들이 경험하면서 선의의 경쟁으로 다 같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청운중의 이번 여왕기 우승은 3년 만에 우승 탈환, 2관왕이라는 기록적인 부분을 넘어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준결승전 후 인터뷰에서 김관석 감독은 “故김명만 감독님의 기일이 이번 달에 있다. 작년에도 3학년 선수들을 데리고 한 번 찾아뵙고 왔다”며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김명만 전 현대청운중 감독을 언급했다.
故김명만 감독은 2017년과 2018년 현대청운중의 여왕기 2연패를 이루는 등 많은 업적을 남긴 감독이다. 김관석 감독은 “내가 지난해 9월부터 팀을 맡기에 앞서, 그 분이 현대청운중에 한 획을 그으셨다. 여자축구 지도자로서 평생을 함께했던 분이다. 좋은 성적을 가지고 감독님을 찾아뵙고 싶다”며 우승을 원하는 또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소망대로 김관석 감독은 3년 전 故김명만 감독이 이루었던 여왕기 우승을 다시 이루면서 의미 있는 보답을 할 수 있게 됐다. 김관석 감독은 우승을 이룬 제자들에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내게는 다 귀중한 딸들이다.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나를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며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