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최현숙기자] 1989년, ‘이젠 다시 사랑하지 않아요’란 노래로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손지예. 탁월한 음악성과 목소리로 기대를 모았던 그녀는 데뷔곡 이후 잠깐 동안의 활동을 끝으로 방송가에서 사라져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몇 년 후, 한 매체를 통해 ‘저주받은 걸작’이란 제목의 칼럼으로 그녀의 음악이 재조명되었다. 기사의 내용은 한 마디로, ‘너무 아깝다’는 것. 대한민국 대중음악계가 걸출한 뮤지션 하나를 놓쳤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녀와 함께 ‘저주받은 걸작’의 주인공으로 꼽혔던 여성 가수는 정혜선과 신윤미. 유재하가요제 출신의 정혜선과 뛰어난 송라이팅 능력을 보여줬던 신윤미 역시, 우리 음악계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뛰어난 뮤지션으로 평가했다.
당시 보도는 비교적 냉정하고 정확한 시각으로 음악판을 읽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적잖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이들 세 사람의 음악을 찾아 들으며 열광하는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본의 아니게 대중음악계의 ‘무서운 신인’에서 ‘전설’로 바뀐 이들의 컴백을 염원하는 음악팬들도 적지 않았다.
다시 세월이 한참 흐르고, 음악시장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뀐 후, 열혈 마니아들의 부름에 화답한 몇몇 방송이 발 빠르게 정혜선과 신윤미를 찾아 무대에 올리고 그들의 음악을 재조명하는 시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손지예는 묵묵부답,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였다. 데뷔곡이었던 ‘이젠 사랑하지 않아요’ 한 곡으로 헤어 나오기 힘들 만큼 강력한 소리와 음악성을 선보였던 그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동안 대중음악계의 대표적인 신비주의 뮤지션 손지예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선다. 데뷔 이후 단 한 차례도 갖지 않았던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열고 공연 무대에서 대중들을 만나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계의 관심이 그녀의 첫 콘서트로 쏠리고, 그동안 30년 전 음원으로만 그녀를 만나던 음악팬들도 술렁이고 있다.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손지예는 과연 그녀의 첫 공연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1987년, 당시 가요계의 등용문 역할을 하던 이종환의 쉘부르를 통해 일찌감치 가수로 발탁됐던 손지예는 데뷔 이후의 활동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뚜렷한 음악 이력을 갖고 있는 뮤지션이다.
1989년 오아시스레코드를 통해 ‘이젠 사랑하지 않아요’로 데뷔한 후, 90년 북경아시안게임의 주제가를 불렀었고,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의 OST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와 영화 ‘짱’의 OST ‘Good Bye'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롯데제과와 CC클럽 등 여러 편의 CM송도 발표 했다.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음반도 다수다. 하나뮤직의 옴니버스 음반을 통해 ‘외출’이란 노래를 발표했고, 그 이전에 또 다른 옴니버스 앨범을 통해 ‘서울의 하늘’과 ‘별’을 발표한 바도 있다.
그동안 낸 정규음반은 2장. ‘이젠 사랑하지 않아요’가 실린 데뷔 앨범과 2집 앨범 ‘까만 하루’. 음악활동을 한 시간에 비해 발표한 앨범의 수는 적지만 강렬한 음악성으로 그녀의 빼어난 음악적 능력만큼은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는 이번 공연을 통해 모처럼 만든 신곡을 라이브 무대로 공개한다. 창작곡으로는 무려 30년 만에 발표하는 신곡이다.
손지예 자신이 만들고 기타리스트 김광석이 편곡에 참여한 신곡 ‘순정’과 ‘흑백필름처럼’은 ‘이젠 사랑하지 않아요’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노래로 그녀의 매력적인 보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회심의 신곡이다.
그동안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했던 팬들은 물론, 중장년 팬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쉽고 편한 노래다. 노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연주와 편곡의 조화도 놀라울 정도다.
그녀의 라이브 공연에는 또 다른 기타리스트 최훈이 참여한다. 그동안 손지예와 다양한 음악적 교류를 해왔던 최훈은 평소 손지예를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로 손꼽아 왔는데 최고의 기타리스트와 최고의 보컬리스트의 만남이 30년 만에 실현되는 셈이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Myst?re’. 신비스런 그녀의 음악 세계를 비밀스럽게 공개한다는 콘셉트다. 공연에서는 그녀를 ‘전설’로 만든 노래 ‘이젠 사랑하지 않아요’와 신곡 ‘순정’과 ‘흑백필름처럼’을 비롯, 그녀가 애정하는 다양한 레퍼토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손지예의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다. 그동안 음악계 이면에서 조심스럽게 창작활동을 해온 그녀가 3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선 이유가 공연을 통해 증명되기 때문이다.
통기타 가수, 포크 뮤지션으로 통했던 그녀가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뿐만 아니라 다이내믹한 밴드음악과의 접목을 시도하는 모습도 궁금하다.
아마도, 전설로 알고 있는 가수 손지예의 완벽한 이미지 변신이 이루어지는 무대가 아닐까. 그동안의 가수 손지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획기적인 변신에 절로 탄성을 터트리게 될 지도 모른다.
손지예의 30년만의 첫 콘서트는 오는 6월 27일 일요일 오후 4시, 삼익악기 엠팟홀(7호선 학동역)에서 펼쳐지며 입장료는 5만원. 티켓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