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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국창작문학 여름호 제23호(발행인 심의표)/ 류시호 논설위원

고요하고도 비밀스러운 ‘비수구미 생태길’
화천군 비수구미와 평화의 댐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문학예술인협회에서 강원도 화천군청 초대로 청정지역 화천 비수구미와 평화의 댐, 그리고 파로호 호수를 보려고 문화기행을 갔다. 화천군에 도착하여 평화의 댐, 비목공원, 안보전시관, 해산전망대 등을 둘러보며 이곳이 최전방 지역임을 확인했다. 평화의 댐 근방, 비목공원에서 군 복무 시절을 생각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중략)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닯어/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비목(碑木) 시는 충주 출신 한명희 소대장이 1960년대 중반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며, 강원도 화천 백암산 부근에서 잡초에 우거진 양지바른 산모퉁이에 십자나무로 세워진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 시는 50여 년 전 방송국 음악 PD로 일하던 한명희가 작사하고 장일남이 작곡했는데, 6·25의 비극을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우리 가곡이다.

근처 평화의 종과 평화의 댐을 보았는데 댐 경수로의 웅장한 풍경이 장관이고, 계곡과 강,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풍경도 한 폭의 그림 같다. 이 댐은 길이 6m, 높이 12m, 최대저수량 26억 톤으로 대한민국 댐 가운데 3위의 규모이다. 이어서 관심이 많은 화천의 비수구미로 발길을 돌렸다. 비수구미는 6·25전쟁 때 피난 온 화전민들이 정착해 조성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화천댐 건설로 파로호가 생겨나면서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막혀 버린 탓에 국내에서 손꼽는 육지의 오지로 알려져 있다.

이 오지에는 3가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산채 식당을 운영하며 삶의 터전을 일구는 김영순 할머니와 농사꾼에 어부 일을 하는 장윤일 할아버지 부부가 살고 있다. 마을까지 이어진 길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6남짓의 비포장도로라 주민들은 흙길보다 파로호에서 배를 이용해 세상과 소통한다. 우리 일행은 비수구미에 들어갈 때는 보트를 타고 갔고, 나올 때는 걸어서 나왔는데 오지 마을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이 들어간 산채 비빔밥이 일품이었다.

마지막 코스로 화천읍 재래시장을 방문하였다. 시골 읍이라 작았지만, 산나물, 반건조 수산물 등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군인들 도시라 이곳 경제는 군인들 외박과 외출에 좌우되고, 대도시에 있는 치킨집, 커피숍, 햄버거 등 먹거리 체인점이 여러 개 보였다. 재래시장에서 강원도 명물 부꾸미와 메밀전 덕분에 입이 즐거웠다. 그리고 바로 옆 개울의 산천어 축제장도 둘러보았다. 이곳을 둘러보니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가족들과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1여 년간 각종 문학회가 행사나 활동을 못했는데, 화천군청 초대로 협회 회원들과 함께 청정지역 문화기행은 의미가 깊다. 전 국민이 코로나에 지쳐 힘들 때 가이드가 온도 체크와 소독, 그리고 마스크를 나누어 주며, 버스 안에서 음식물 섭취를 못 하도록 수시로 강조하고 철저한 방역 안내에 안심하고 여행을 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한적한 계곡을 따라 유유자적 걷는 길이라는 테마로 걷기 좋은 길을 선정했는데, 고요하고도 비밀스러운 비수구미 생태길’(강원 화천)을 추천했다. 이렇게 좋은 곳의 힐링 문화기행에 회원들의 협찬과 찬조로 아름다운 하루를 마무리했다. P.S. 이 원고는 3,000자인지만 지면관계상 1,700자로 올림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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