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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시향] 멀고도 가까운 그곳에

멀고도 가까운 그곳에

               

                       김다현

어느 날 불현듯 그리움 밀려와

눈시울 붉어질 때면

아주 멀고도 가까운 그곳에서

금세 눈앞에 다가서는 임이 있습니다

    

이제는 불러도 들을 수 없는 대답이지만

흰서리 한 줌 얹고  안간힘으로 들숨 하나 

날숨 되지 못한 이별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더욱 그립고 아름다운가 봅니다

    

황혼의 문턱을 넘어 살다가신 구십 고개 

하루도 빠짐없이 잊힌 시간을 회상하며 

유수와 같은 시간의 속도가

무섭게 느껴지는 내 속을 보면 

    

나도 멀리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익어가는지

침침해진 눈을 자꾸만 끔벅거리는데 

그리움 속에 임을 볼때는

돋보기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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