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박대성 그림전과 류영도 화가 누드전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최근에 인사아트홀 5개관에 전시한 한국화의 거목 소산(小山) 박대성 화가 전시회에 갔다. 2019년에 마무리한 ‘금강설경’은 가로 8m에 이르는 대작으로 완성에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탁 트이고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수묵화 금강설경은 오로지 흑(黑)으로 완성했고 흑과 백이 서로의 공간을 안배하며 공존하는 그림이다. 내금강의 바위와 소나무 위에 쌓인 눈, 종이의 흰 여백이 오히려 강골(强骨)의 산맥을 도드라지게 한다.
작가가 1998년 무렵, 겨울의 금강산을 갔다. 찾아간 이유도 이것이었다. 영하 20도가 넘는데 그림 그리려면 먹물이 있어야 하는데 가져간 물이 얼었다. 그래서 가져간 고량주로 먹물을 만들어 재빨리 스케치했다. 이 작품에는 내뿜는 취기(醉氣)가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소산 화가가 선보이는 또 다른 압도적 설경은 ‘불국설경’이다. 불국설경만 세 번째 제작한 그는 천주교 신자다. 그는 살살살 바슬바슬 눈 내리는 소리까지 그려내고자 했다. 홍익대 이은호 교수는 ‘세상 만물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색’이라고 평했다. 그의 먹빛을 흑(黑) 대신 현(玄)이라 부르기도 한다.
박대성 화가는 다섯 살 때 부모를 잃었고, 빨치산의 낫에 왼팔도 잘려나갔다. 없다는 것의 비극을 그는 미(美)로 승화했다. 그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이 바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었다. 박씨는 1980년대 초부터 전속 화가로 지내며 월급 받고 한 달에 몇 점씩 그려 드리곤 했다고 말했다.
소산 화가의 특징은 직접 사 모은 골동품을 수묵 서화로 그려낸 고미(古美) 연작처럼, 완전하지 않고 어딘가 조금은 비어있는 한국적 아름다움의 제시에 그는 몰두하고 있다. 박대성은 학벌 파벌로 얼룩진 화단에서 독학하며 장애를 딛고 우뚝 선 대표적인 한국 화가이다.
주로 불국사 중심으로 그리며 그래서 경주에 살고 있다. 몇 달 전 전시회에서 아이가 그림을 훼손했을 때 따뜻한 배려로 작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부인 정미연도 저명한 서양화가이며 제자는 가나아트센터 전시부장을 하고 있다.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전시 중인 류영도 화가의 누드전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을 위해 잠시 시름을 잊게한다. 박대성 화가 전시회는 끝났고 마국 순회 전시회를 준비하고, 류영도 화가의 전시회는 이달 31일까지이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