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종자(種子)를 사랑하는 신광순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필자의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는 경기도 연천군 ‘종자(種子)와 시인박물관’을 방문했다. 이 박물관 시인 신광순 관장은 40여 년 전 ㈜신농 이라는 종자 회사를 창업하고, 4년 전 박물관을 건립하여 운영 중이다. 신 관장은 ‘농부는 흙에 씨를 뿌리고 시인은 사람의 가슴에 씨를 뿌리는 사람이다.’라며, 종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업가이다.
그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농업의 중심이 되는 흙과 물에 관심이 많았다. 신광순은 관수와 종자 분야의 연구와 노력으로 종자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공한 기업가이다. 그의 관수자재 저서는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신광순 시인은 고향 연천에 30여 년 전부터 수만 평의 땅을 마련하여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꿈꾸던 박물관을 건축하여 전국의 수백 명 문인들이 기증한 저서와 평생 모은 수천 종의 종자를 전시하고 있다. 한편, 이곳에 이해인 시인의 ‘가을편지’, 이승하 시인의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도종환 시인의 ‘당신의 무덤가에’, 정호승, 신광순, 류시호 시인 등 국내 중견 시인들 50여 기의 시비를 세워 시(詩) 숲길을 조성하고 있다.
신 시인이 만든 제1전시실의 종자박물관은 다양한 종자가 잘 보관되어 관람하는 사람에게 생물과 종자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종류는 조류와 이끼류를 제외하고 약 39만여 종이 있다. 그중에 약 95%가 꽃이 피는 식물이다. 이곳에는 약 3,000여 종의 종자가 전시되고 있으며, 그중 10%는 연천에서 수집된 종자라고 한다. 신석기시대 인류의 정착 생활은 종자 덕분에 가능하였고,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종자인데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제2전시실 시인박물관은 희귀본 고서, 옛날 교과서, 시집, 소설, 잡지 등 전국 문인들의 저서를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400년, 200년 전, 100년 전의 귀한 서적과 60~70년대 교과서, 문학서적 등을 시대별로 분류했다. 신 관장은 오랫동안 수집하고 기증을 받아 관리하여 귀중한 책들도 많다.
야외로 나가면 잘 조성된 나무숲을 따라 시비들을 감상하게 된다. 무(無)라는 조형물은 신 시인의 시집 ‘백지 고백성사’라는 책의 표지로 사용했는데, 무에서 시작하여 유를 창조하였다는 징표이다. 그리고 신 관장은 시집에서 ‘오늘 내가 끌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 당기면 당길수록 커지는 것이 욕심이고 증오심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러면서 신 시인 자신의 경험인 좌절 금지, 비방 금지, 눈물 금지, 증오 금지를 관람객들에게 강조한다.
이곳은 종자 테마 작품과 함께 식용 종자, 산림 종자 등 종자 체험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국내의 많은 시인, 소설가, 수필가 작품을 열람할 수 있고, 숲길에서 전국 유, 무명시인 시비를 감상하며 글쓰기에 고뇌하는 시인들 열정도 체험할 수 있다. 종자와 시인박물관은 우리의 삶에서 종자의 중요성과 문학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귀감(龜鑑)이 되는 장소이다. 어느 사업가의 문학과 종자 사랑이 있는 이곳은 과거부터 현재를 지나 미래까지 인류에게 전할 중요한 글과 종자를 만날 수 있어 긴 여운을 남긴다. P.S. 본원고는 3,000자인데 지면 관계상 1,700자로 올림.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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