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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큐] 조수현 시인을 만나다

'한 편의 시가 한 권의 책이라 생각하고 혼신을 다하여 울컥울컥하며 엮었다'
조수현 시인을 만나다.

‘한편의 시가 한권의 책이라 생각하고 혼신을 다하여 울컥울컥하며 엮었다’ 가을 문턱에서 조수현 시인이 보내온 시집『내 인생의 메아리』를 읽고 조 시인의 시세계를 탐독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심성이 넉넉한 조수현 교장선생, 이제 시인으로 독자와 소통하며 다른 모습인 시인으로 그의 시어 속에 긍정의 힘이 솟구치고 있다. 교직이라는 한길만을 걸어왔고 그 길이 내 인생의 목표점으로 달려왔을 수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훗날 저들이 성인이 되면 혹, TV에서 우리 선생님을 찾을수 있을지도 모를 시인 선생님으로 변신을 했다. 『조수현 시인』이 한국문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섬세한 시의 발상 그 어느 시인보다 너른 시야를 지니고 있는 장점이 돋보인다. 앙상한 가지에 파란 잎새가 돋고 화려하게 꽃을 틔우는 연습 시의 창작은 곧 실전이 되어 토막난 몽당연필로 갈겨 두었던 언어의 조합이 색다른 시적 발상을 만들어 놓았다. 한국전쟁 불타버린 학교 판자로 덧붙인 가교사이다 교실 바닥 마루는 갱이구멍※이 여럿이다 책상 하나에 네명씩 마주보고 교실 바닥에 앉아서 공부한다 토막연필이 재주를 부린다 댕그르르… 책상에서 굴러 떨어져 다시 드르르… 교실 바닥 갱이구멍으로 숨어 버린다 어어어… 배를 깔고 엎드려 갱이구멍으로 눈을 크게 뜨고 내려다 본다 도망간 고놈만 있는 게 아니다 먼저간 그놈들과 흩어져 있다 공부를 다 마치고 늦은 시간 교실 바닥 환기통으로 기어 들어 갔다 고놈보다 더 좋은 것도 있다 칠팔개나 더 있다 국민학교 삼학년 한 줌에 횡재했다 『도망간 토막 연필 전문』 그래서 시인은 교장을 정년으로 선생이라는 훈장을 내려 놓았다. 지난 세월 뒤돌아 보면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 모습이 무척이나 그리웠을 것이다. 조시인은 시집 머리말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다시는 더 못할 공직생활을 행복하게 정년하였습니다.

6개월쯤 남았을 무렵 문득 발자취를 글로 정리하고 싶었습니다때늦은 깨우침에 그동안 생활 속에서 여기저기 구석구석에 흩어져있는 종이조각이나 사진이나 생각들을 찾고 모아“그 곳에 가면 길이 있다”는 문집을 만들었습니다. 주섬주섬 챙긴 것이 나름대로 한 권의 책이 되어 혼자서 가끔 읽어보곤 하였습니다 내가 나의 참 모습을 뒤돌아보며 그리워하고 성찰하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암에서 살 때는 고향을 떠나면 죽을 것 같았는데 천리길 인천에 오니 염려하던 모든 일이나 생각들은 기우에 지나지 않고 도리어 배움도 직장도 결혼도 모두 잘 풀렸습니다 그래서 문집제목도 그렇게 붙였습니다 그러다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에서 더 성찰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중략) 이번 시집 역시 엄두도 못 낼 어려운 일을 나름대로 시작이 반이라고 용기를 내여 미지의 시문학 길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한편의 시가 한권의 책이라 생각하고 혼신을 다하여 울컥울컥하며 엮었습니다“  



인생길에서 문학이라는 스승을 만났음을 울컥하는 마음, 첫 시집을 상제하고 아쉬움만 가슴에 매달아 놓은 문풍지처럼 덜렁거리며 소리를 지를지도 모른다. 시작은 개척하는 고된 길이다. 그 누가 알아주지도 않으면서 나만의 외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창작의 길목은 평탄할 수가 없다. 독자와의 소통은 그동안 걸어왔던 길보다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으로 세상에 또 다른 이름 석 자를 바람결에 내려놓았으니 이제는 내 일상이 글을 낚는 어부가 되어야 하고 조각가처럼 무딘 망치로 문체를 다듬어야 할 일이 생겼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동안 창작해 두었던 시 한수를 읊조리면 흥겨운 콧노래가 들릴 것이다. 창가에 기대어 모닝커피를 마시면 시의 맛을 더할 것이다. 정년하고 오년 쯤 된 해였다 만수고등학교 옆에 텃밭이 생겼다 마누라가 우리 교회 기도원에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주말농장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집 서방님 그런 것 잘한다”앞 세우니 “그러면, 연장은 있어?〃 오권사님이 오십평 정도를 거져 지어 보란다 이년 전부터 작은 아들네가 들어와 한집살이를 한다 초등학교 일학년생과 유치원 일년생 손녀가 있다 가끔 놀아 주며 할아버지 노릇도 한다 할아버지는 감자 농사를 지었다 유월 말, 장마가 들기 전에 캐야 한다 장마가 들어 캐면 썩는다 먼저 감자대를 낫으로 베고 감자 붓이 있는 중심을 잡아 쇠스랑으로 찍어 넘기면 흙 속의 감자가 하얗게 뒤집혀 나온다 손녀들 눈이 “반짝반짝”“둥굴둥굴〃 왕방울이다 “야! 감자다”서로 먼저 줍겠다고 발발 거린다 고사리손으로 주워 모은다 찍어만 놓고 다 주워 모으면 다시 찍어 뒤집어 놓는다 만수고등학교 삼층 오빠들 “야! 귀엽다〃 심여명이 창문을 열고 소리치며 박수도 보낸다 손녀들 손 놀림이 점점 빨라진다 “뒤집고 줍고” “뒤집고 줍고” 처음 해 보는 감자캐기 하루 놀이백점이다.(감자캐기 전문) 시 창작의 기본은 사실적 표현이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추려서 뼈를 세우고 살을 붙이면 시가 된다. 조수현 시인은 생활에서 일어났던 사실적인 부분을 시단에 뿌려 놓았다. 어찌보면 동시를 접목한 부분이 금방 그 안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을 같게 한다. 시 공부를 통해 시집을 세상에 내어놓고 시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선물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집은 내 영혼의 일부분이기에 그냥 거저 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남이 할 수 없는 작업을 수 세월 동안 다듬고 고치고 덧 했던 시간만큼의 수고를 시집을 받는 사람은 알아야 하게 때문이다. 감자를 캐며 손녀와 만수고등학교 오빠들의 함성 들리는 듯하다 감자를 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토실한 감자 맛, 어디 詩 맛보다는 덜할 것이다. 월출산 언덕은 조수현 시인이 지니고 있는 성품만큼 넓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시집『내 인생의 메아리』중 섬마을 굴업분교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다녀온 시를 눈으로 보았다. 섬마을 굴업분교는 전교생이 십칠명이다. 아이들은 인천과 수원 경기도 일대를 사박 오일 간 수학여행을 하게 되었다. 수퍼마? 정사장님이 인천일보와 함께 후원과 주관으로 돕겠다고 한다. 섬마을 아이들 무일푼으로 뭍에 올라 여행을 한다. (중략) 용인민속촌에 들어서니 줄타기, 농악놀이. 민속놀이 사이사이로 드나든다. 모두가 처음보는 것들이다. 눈빛이 반짝반짝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수학여행을 마치고 인천 연안부두에 와 덕적도에 내리니 굴업도에 들어가는 연락선이 두절이다. 날씨가 우장을 쓰는 변덕 때문이다. 서포리 바닷가에 이르니 화가 난 바다가 허옇게 뒤집힌다. 태풍주의보다. 아이들은 비바람에 젖은 옷으로 추위에 떨다 모래사장에 있는 방가로로 들어갔다. 밤새 파도소리가 요란하다. 설 잠으로 밤을 샜다.(섬 마을 아이들 부분) 파도소리만큼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또렸했으리라. 손에 손을 잡고 처음 보고 느낀 아이들의 소박한 추억이 하나둘 쌓였을 것이다. 날씨 탓은 연락선을 기다리는 초조한 만큼 까맣게 타들어갔을 조수현 선생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마 추운 날씨인데도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을 것이다. 그러한 사실적인 사건을 통해 얻어진 시적인 묘사가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동심으로 느끼게 하는 표현이 다채롭다.
나비를 애벌레가 깨어나서 춤사위를 펼치게 된다. 지급부터 조수현 시인은 한국문단의 시인으로 마음껏 세상을 유영하는 조수현 시인만의 시세계를 보고 싶다.  
       글쓴이 -박가을 시인/문학평론가 -

조수현 시인(아호 월출)전남 영암 출생

다온문예 시 부문 신인상 등단

경인교육대학교 학사

인하대교육대학원 석사

안양대교육대학원 석사

인천 약산 초등학교장 정년퇴임

한국다온문예 정회원

시집:내 인생의 메아리

다온문예 동인시집시숲의시향기』. 계간 다온문예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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