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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금이 남성 절반(50% 이하)도 안되는 지방공기업 3곳

지방공기업 여성 노동자는 2등 시민, 77.2%가 하위 직급이거나 공무직 등 직급 外

[뉴스시선집중, 이학범기자] 300인 이상 지방공기업 중 성별 임금격차 50% 이상인 곳이 3곳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정위원회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직원 300인 이상 전국 29개 지방공기업의 2020년 성별 임금 격차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관에 따라 성별 임금격차가 최소 7.4%에서 최대 58.0%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의 92.6%에서 42%에 머문다는 것을 뜻한다.

임금격차가 가장 큰 곳은 대전도시철도공사로 임금 격차는 58.0%였다. 이어 광주도시철도공사 56.4%, 인천환경공단 55.0% 순으로 격차가 컸다. 반면 격차가 가장 작은 곳은 창원시설공단으로 7.4%였다. 이어 수원도시공단 9.0%, 대구시설공단 10.0% 순으로 격차가 작았다.

지난 해 이은주 의원의 2019년 공기업 성별임금격차조사에서, 전국에서 단 1명도 없던 것으로 확인됐던 여성 1급 직원의 숫자는 전국 5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1급 또는 최상위 직급에 여성이 있는 곳은 서울시설공단, 인천도시공사, 인천교통공사, 인천환경공단, 의정부시설관리공단으로, 각각 1명의 여성 1급 직원이 근무했다.

격차의 원인은 다면적이었다. 먼저 여성에게 적용되는 임금체계가 달랐다. 과거 용역이나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공무직, 업무직 등으로 정규직 전환된 경우, 연차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성 임금을 받는 기존 정규직과 다른 임금체계가 적용돼 격차가 컸다. 가장 격차가 컸던 대전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여성 직원 중 73.5%가 공무직 등 직급 밖 인원이었고, 광주도시철도공사(직급 밖 여성 70.9%) 인천환경공단(직급 밖 여성 64.2%)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지방공기업으로 보면 여성 채용자 중 26.6%가 공무직 등 직급 밖 직원인 반면 남성은 13.1%가 공무직이었다.

정규직이더라도 여성이 하위 직급을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임금격차는 컸다. 통상 공무원의 경우 6급부터 9급까지를 실무직 공무원(옛 하위직 공무원)으로 분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각 지방공기업의 4/9 이하 직급자 성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방공기업 전체 여성 재직자 중 50.6%가 정규직 내에서 하위 직급에 속했다. 개별 기업으로 따지면 여성 직원 중 정규직 하위 직급자 비중이 68.1%로 높은 서울교통공사가 성별임금격차가 37.2%로 컸다. 여성 하위직 비중이 높은 부산환경공단(하위직 68.1%, 임금격차 31.0%)도 대구환경공단(하위직 59.4%, 임금격차 39.8%)도 마찬가지로 성별 임금격차가 컸다.

임금격차의 또 다른 원인은 근속연수도 있었다. 많은 공기업이 남성 직원의 군 복무 기간을 근속에 산입하고 있다는 점을 임금 격차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지방공기업의 근속 차이는 평균적인 군 복무기간(육군 기준 33~18개월)을 상회했다. 이는 지방공기업이 최근까지도 정규직 여성을 채용하지 않아 장기근속자가 적거나, 기존에는 정원 내 인원이 아니었던 비정규직 여성이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돼 단기근속자가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 5년 미만 여성 재직자 비중이 94.0%로 높은 여수도시관리공단은 임금격차 또한 39.6%로 컸고, 대전도시철도(여성 5년 미만 80.0%)와 광주도시철도(76.9%) 또한 임금격차가 컸다.

여성이 낮은 임금의 직무에 종사해 격차가 큰 곳도 많았다. 기업 내에서 하위 1/3 급여를 받는 직무에 종사하는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성별 임금격차도 컸다. 하위 급여직무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이 85.1%로 높은 여수도시관리공단, 84.9%인 인천환경공단은 성별임금격차 또한 큰 지방공기업이었다.

결론적으로 임금 설계에서 제도적 차별이 없음에도 공기업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큰 원인은 구조적 차별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공기업이 그간 여성을 채용하지 않은 점, 채용하더라도 여성은 하위 직급에 머무르는 점, 여성 노동자 상당수가 공무직 등 정규직과 다른 임금 테이블이 적용되는 ‘기업 내 외부자’의 위치에 있는 점, 낮은 점, 여성 종사자가 많은 직무가 저평가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은주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성별 임금 격차가 큰 것은 문제의 결과일 뿐”이며, “지방공기업 내에서 여성 노동이 남성 노동의 보조적 역할에 그치거나 여성 노동자가 일종의 2등 시민 취급받는 구조가 더욱 심각해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공기업의 여성 노동력 활용 방식에 제대로 개입하지 않는 한 구조적 차별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방공기업의 주요 업무와 관리직에 여성 비율 확대 및 지방공기업 평가지표 반영, ▲ 여성이 다수 종사하는 직무의 가치를 재평가한 임금체계 마련 ▲차별 없는 근무평정 및 승진 시스템 마련을 정부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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