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이학범기자] 2014년 한국형 탈피오트를 꿈꾸며 미래부(現 과기부)와 국방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에 대하여 운영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는 이공계 우수학생을 국방과학기술 분야 인재로 양성하기 위하여 정부가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일반대학(이공계) 2학년 재학생 중 연간 25명 이내의 후보생을 선발하고, 대학 졸업 후 소위로 임관시켜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년간 연구개발을 수행하게 하는 제도다. ‘과학기술전문사관’이 벤치마킹한 탈피오트는 이스라엘의 엘리트 과학기술전문장교 프로그램으로, 이스라엘은 과학영재를 선발하여 군인 신분으로 3년간 히브리대학 학사를 취득하게 한 뒤 6년간 군복무하며 전략무기개발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갑)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역한 1기와 2기 사관 중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남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조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역 사관 총 38명 중 20명(52.6%)은 진학, 14명(36.8%)은 취업, 1명은 창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취업한 사관 중 가장 많은 인원(3명)이 취직한 업종은 국방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승용차 및 기타 여객용 자동차 제조업’이었다.
이는 국방과학기술 분야 인재양성이라는 ‘과학기술전문사관’의 본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으며, 학사 취득 후 6년간 국방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참여하여 연구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이스라엘 탈피오트와도 확연히 대조되는 결과다.
그리고 조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학기술전문사관’은 2018년부터 국방연구개발사업에 투입되어 연간 1인당 평균 1.79개의 연구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세부 연구과제명을 확인한 결과, 매년 같은 과제를 수행한 경우가 많아 조의원은 전역 사관(1·2기)을 대상으로 중복된 과제명을 제외하고 다시 연구 참여실적을 도출했다. 그 결과, 전역 사관 38명은 3년간 총 111개(1기 48개, 2개 63개)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2.92개의 과제를 수행한 것이며, 1년으로 환산하면 전역 사관 1인당 1가지 미만의 과제를 수행한 셈이다. 과제의 난이도 차이를 고려한다 해도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또한 전역 사관 개인별로 수행 과제 수 격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3년 동안 2가지 과제를 수행한 사관은 13명(34.2%)이었고, 1가지 과제만 수행한 사관도 5명(13.2%)이나 됐다.
조승래 의원은 “제대로 된 국방과학기술 분야 미래 인재양성을 위해선 현행 과학기술전문사관의 운영 실태를 면밀히 살피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운영 부실 의혹 중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전역 사관이 없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자체 인사규정에서 연구직은 학사학위 이상자를 자격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채용공고를 보면 연구직은 석·박사 이상자를 뽑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학사인 과학기술전문사관은 국방과학연구소에 연구직으로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기부가 선발 대상을 학부생이 아닌 석사 학위자로 변경하면 위 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며 과학기술전문사관 운영 내실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