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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팀의 반란' 당진 한상민 감독의 비결


[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신생팀이라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시즌 전 당진시민축구단의 주장 지경득이 말한 각오는 현실이 됐다.

2021 K4리그가 5경기 남은 시점에서 당진은 16승 3무 6패 2위에 위치해있다. 1위 포천시민축구단과의 승점 차는 3점이다. 올해 3월 10일 창단식을 치르고 K4리그에 처음 참가한 당진의 반란은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당진을 이끌고 있는 한상민 감독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당진의 반란은 개막과 함께 시작됐다. 7연승으로 선두에 오르며 K4리그 선두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초반 연승행진에 대해 한상민 감독은 “솔직히 스케줄이 나왔을 때는, 3연승 혹은 4연승에 도전하자고 했다”며 “경험 있는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주장 지경득이 선수단을 이끌면서 모범적인 역할들을 잘 해줬고, 김창헌, 송주한 등이 전반기에 굉장히 잘 해줬다. 수비라인에서는 이인규 선수가 잘 잡아줬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신생팀에서 나이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역할은 중요했다.

리그를 치르며 성장을 거듭한 어린 선수들도 제몫을 해냈다. 한 감독은 “공익 선수들이 훈련소를 가고, 부상 선수들이 빠지면서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경기를 치르게 됐다. 그래서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할 때도 어린 선수들 위주로 꾸린 수비라인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처음 왔을 때보다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 감독은 “경험 있는 선수들 한두 명에 젊은 선수들이 버텨주니까 1-0 승리 같은 경기가 많았다. 득점은 매 경기 한두 골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우리가 골을 안 먹히기만 한다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초반 수비에 집중한 훈련을 많이 했다. 또한 체력적으로도 잘 갖춰져 있어서 강팀들이랑 해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진은 후반기 들어 부상으로 인한 전력 이탈로 인해 초반 기세를 다소 잃었다. 7월 이후 경기에서 4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인 당진은 리그 1, 2위 간의 맞대결이었던 지난달 25일 포천과의 경기에서는 5실점을 하며 패했다. 한 감독은 “선수단 규모가 25명인데 항상 훈련을 19명, 20명 정도만 하고 있다”며 “젊은 선수들의 경우 흐름을 많이 탄다. 좋을 때는 무척 좋은데, 한번 막히면 조금 주저하는 모습들이 나오고 쉽게 무너진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민 감독은 공격진 구성에 있어서는 로테이션을 통한 무한 경쟁 체제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그는 “공격에서는 전반기부터 지금까지 한두 경기 빼고 매 경기 선발 로테이션을 돌렸다. 전반기에는 똑같은 선수가 연속으로 경기에 들어간 적이 한 경기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테이션을 통한 경쟁 체제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정해진 선수에게만 기회를 주면 다른 선수들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계속 뛰는 선수들은 긴장감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매 경기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모든 선수들이 기회를 받아서 성장을 하고 경쟁을 하는 구도를 만들려고 한 것이 효과를 봤다”며 만족해했다.

후반기 들어 부상으로 인한 전력 이탈이 생기면서부터는 플레이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한 감독은 “원래는 선 수비 후 역습 형태로, 공을 빼앗았을 때 바로 공격으로 연결하는 것을 원했다. 지금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스타일을 바꿨다. 좀 내려서서 하더라도 공을 빼앗았을 때 적극적으로 패스를 하면서 우리만의 플레이를 만들어서 하려고 변화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나믹한 축구’를 추구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한 감독은 “계속 끊임없이 뛰어주고 싸워주는 모습을 제일 원한다. 공격진에게도 수비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골만 넣는 선수가 아니라 수비적으로 한 팀이 될 수 있게 주문을 한다. 또한 체력적으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후반전에도 상대보다 확실히 많이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지고 있다. 체력을 기반으로 끝까지 싸워볼 수 있는 다이나믹한 축구를 원한다”고 밝혔다.

당진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30대 중반의 젊은 코치진이다. 수원삼성에서 프로로 데뷔한 한상민 감독은 2013년에 신평고 코치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올해 당진의 초대 감독으로 처음 성인팀을 이끌게 된 그는 1985년생 30대 중반의 젊은 감독이다. 그는 “나도 젊고, 코치진들도 한두 살 차이로 젊은데 모두 열정적이다. 열정이 있어서 경기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잘 된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최대 장점은 함께 훈련하며 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테스트 받으러 온 선수가 있었는데 코치진이랑 선수들이랑 같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운동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감독님 처음 봤다’고 그러더라. 선수처럼 운동하고, 훈련을 하다보니까 문제점이 굉장히 잘 보인다. 맏형 선수들이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지도 훈련을 통해 느낄 수 있어서 그 선수들한테 자세하게 주문할 수 있다. 밖에서만 보고 있는 게 아니고 같이 참여를 하니 선수들에게 더 좋은 조언이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팀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다. 감독과 선수 간에 생기는 거리감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승행진을 하던 리그 초반에는 의심의 소리를 더 많이 들었던 한 감독이다. “주위에서의 평가가 조금 힘들었다”고 운을 뗀 그는 “처음에 3연승, 4연승 했을 때 ‘약한 팀들이랑 해서 운이 좋다’, 그러다가 7연승으로 선두권에 올라가 있을 때는 ‘그냥 재수 좋게 이기는 거다’ 이런 평가를 들었다. 경험이 있는 지도자들이라면 달라졌을 평가라고 생각하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이제 막 시작한 젊은 지도자들, 선수들을 조금 더 응원해주고 도와주면 더 잘할 수 있는데 깎아내리기 바쁜 사람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감독은 결과로 증명하자고 다짐했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결과로 보여준다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우리를 응원해 줄 거라고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말했다. 선수들도 나도 동기부여를 받아서 오히려 더 열심히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변의 시선을 뒤로하고 당진은 성적으로 증명하며 젊은 코치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코치진에게 힘을 보태준 지역 주민들의 응원과 지원도 당진의 활약에 한몫했다. 올해 처음 시민축구단이 생겼지만, 당진은 본래 동호인 축구가 활성화된 지역이다. 당진을 연고로 하는 성인팀이 처음 생긴 만큼, 개막전 당시 1000명 이상의 관중이 왔을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한 감독은 “지금은 보조구장을 사용해서 관중을 못 받고 있지만, 리그 초반에 프런트에서 조사해본 결과로는 K3·4리그에서 압도적으로 관중이 가장 많다고 들었다. 개막전 이후에도 300~400명은 꾸준히 모이는 것 같다. 개막전 당시 K리그2에서 뛰다가 온 선수들도 ‘이렇게 많은 관중은 K리그2에서도 쉽게 못 본다’고 할 정도였다. 선수들이 운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시에서도, 동호인 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신다. 선수들에게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다. 첫 해부터 주민들과 함께 근사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 감독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지역 내 유·청소년 팀과 연계가 잘 되어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시를 연고로 두는 팀에는 계성초-신평중-신평고와 신생 대학팀 신성대, 연고 이전한 세한대가 있다. 한 감독은 “대학팀은 아직 교류가 활발하지 않지만, 시민구단과 초중고팀은 한 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 중”이라며 “경기 때 학생 선수들이 자원봉사를 해주고, 우리는 중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클리닉을 개최했다. 지도자들끼리도 자주 만나서 소통하고 항상 경기를 챙겨보며 응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 신평중은 오룡기, 신평고는 춘계연맹전에서 우승하며 창단 첫 우승을 이루기도 했다. 한 감독은 “신평중, 신평고가 우승하는 걸 보면서 우리 시민구단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받았다. ‘당진의 학교팀들이 이렇게 우승을 했는데 우리도 챔피언이 돼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같이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지역적 연계는 경쟁력 있는 프로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창단하자마자 우승과 승격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한상민 감독은 당진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우승이나 승격이 목표가 아닌 기회를 받지 못한 어린 선수들을 발전시켜 위로 갈 수 있게 하는 다리가 되길 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K4리그를 처음 시작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상위 리그로 많이 진출을 시키고 싶다는 욕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창단하면서 당진시가 가장 크게 생각한 것이 연계 육성이었다”며 팀의 비전을 이야기했다.

한 감독은 “전반기 명성준 선수가 K3리그 목포시청으로 이적을 한 것처럼 우리보다 상위권에 있는 팀에서 오라고 하거나 이 팀에 만족을 못하고 다른 팀에 가고 싶다면 무조건 이적을 시켜주겠다고 선수들과 약속을 했다. 종종 다른 팀에서는 성적 때문에 선수들이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막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각 팀들이 선수들에게 기회를 좀 더 줬으면 한다”며 소신 있게 말했다.

리그 발전을 위한 목소리도 전했다. 한 감독은 “현재 K4리그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익 선수들은 승격을 하면 타 팀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이적이 안 되면 선수 생활이 끝나거나 1년간 무직 신세로 지내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욕심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잔디와 같은 환경과 기본적인 선수 생활을 보장해주는 연봉 시스템도 좀 더 발전하면 경기력도 좋아지고 리그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며 K4리그에서 팀을 이끌면서 느낀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시즌 초 5위권 안의 성적이 목표였던 한 감독은 변화를 가졌다. 그는 “이제는 승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경기를 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든 좋은 상황이든 한 경기를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는 따라올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남은 시즌 각오를 다졌다. 리그가 5경기밖에 남지 않는 K4리그의 막바지, 신생팀 당진시민축구단의 반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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