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을
추적추적 가을비는 내린다
가을을 떠나보내야 하는가 보다
내 가슴에는 아직도 가을이 남아있는데
그 곁에도 가보지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다.
홀짝거리며 마시는 원두커피
입안은 쓰디쓴 여운만 남겨놓았다.
저 빗속을 거닐고 실은 충동은 목까지 차올랐다.
우산을 들고 걷다 보면 빗소리가 음표가 되고
박자를 맞추며 먼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처럼 혼자만이 감정
그 음성은 막을 수 없는 고독함에
비 내리는 날은 싫다.
어깨가 시려 온다.
텁텁한 막걸리 한잔 벌컥벌컥 마신다며
막혔던 속이라도 후련해 질텐데
선술집에 우두커니 혼자라는 이유가 싫다.
까맣게 물들어가는 이 밤이
나를 감출 수 있어서 그만, 다행이다
가을날, 고독한 날에는 어깨춤이라도 춰야겠다
소주 두 잔을 마시면 흥이 날까,
안주는 詩 한 수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면 된다
그 누가 탓햐랴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