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생활축구의 매력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도 사라질 수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강원도 인제군 일원에서 열린 제40회 대한축구협회장기 전국 축구대회. 노장부(50대)에 참가한 서울특별시 A팀은 서울 성동구 지역에서 축구 동호회 활동을 하는 이들이 상비군 형태로 모인 팀이다.
각자 뛰는 팀은 다르지만 성동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경쟁하고 공을 차는 만큼 이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한축구협회장기 전국 축구대회를 앞두고는 각 동호인 팀에서 기량이 좋은 선수들만을 뽑아 총 25명의 엔트리를 채웠다.
눈에 띄는 점은 감독이다. 서울특별시 A팀 사령탑에 이름을 올린 1967년생 이원철 감독은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축구인이다. 현재 서울구산중 감독인 그는 한양공업고등학교-전주대학교를 거쳐 포항스틸러스에서 프로 생활을 했으며 은퇴 후에는 광희중학교와 한양공업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그런 그가 아마추어 대회인 대한축구협회장기 전국 축구대회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30일에 열린 세종시 50대팀과의 예선 첫 경기를 1-0으로 승리한 후 만난 이원철 감독은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이 성동구다. 성동구 축구협회장님과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 단장님의 부탁으로 감독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업과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원철 감독은 지역 축구 발전을 위해 과감히 시간을 투자했다. 일종의 ‘투잡’인 셈이다. 이 감독의 지원 사격을 받은 서울특별시 A팀은 코로나로 인해 서울 지역에서 훈련할 운동장을 섭외하는 것이 난관에 부딪히자 아예 지방으로 이동해 지방 팀과 경기를 잡는 등 열정과 정성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이원철 감독은 “구산중학교 일이 바빠서 시간을 많이 내는 것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일정을 쪼개 도와주고 있다”면서 “나는 현재 엘리트 감독을 하고 있지만 동호인 축구 활성화가 축구 저변 확대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 참가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엘리트 출신 이원철 감독의 합류는 서울특별시 A팀이 이번 대회를 작정하고 준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우승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한 것이다. 이 감독은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훈련을 충실히 진행했다. 조직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지만 수비 강화에 비중을 둬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원철 감독은 경기 내내 선수들의 이름을 번갈아 가며 부르면서 “좁혀!”, “바짝 쫓아가!”, “압박해!” 등의 전술 지시를 이어갔다. 아마추어 대회에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이 감독의 열정적인 지도에 서울특별시 A팀은 마치 프로 선수가 된 듯 그라운드를 누볐다.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향해 달렸다.
비록 오후에 이어진 부천시 50대팀과의 8강전에서 아쉽게 패해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이번 대회를 준비한 만큼 후회는 없었다. 세종시 50대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조병희는 “우리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팀들이 우승을 목표로 나올 것”이라면서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우승을 못해도 최선을 다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활력소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이원철 감독은 앞으로도 프로와 아마추어를 오가면서 각각의 장점을 마음껏 즐기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은 “프로 출신 선수들은 동호인 축구의 장점에 대해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나도 잘 몰랐다”면서 “엘리트 팀을 지도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동호인 축구로 풀고 있다. 함께 공을 차고 땀을 흘린 뒤 끝나면 소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내게는 너무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