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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서원, 마을과 사람을 잇는 인복시민참여단

‘노인’이 아닌 ‘선배시민’으로 인복시민참여단 현장 활동 나서 우리 동네 문제 직접 해결

[뉴스시선집중, 박동혁기자]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지역 사회복지시설,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시민역량 강화 프로그램 ‘인복시민참여단’에 참여한 시민들이 마을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인복시민참여단은 3~4개월간 사회복지 교육과 토론 과정에 참여한 뒤 학습동아리를 만들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실천 활동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지역 복지관 12곳, 남동구 20개 동 시민 360명이 함께하고 있다. 각 시설과 동별로 활동하며 모임별 인원은 8~12명이다.

부평구 삼산주공 1단지에 위치한 삼산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참여단 12명은 최근 마을 곳곳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살기 좋은 우리 동네 만들기를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이들은 환경 개선이 필요한 장소와 단지 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두 가지를 물었다. 이날 오전 10~12시 진행한 투표에 참여한 주민은 550여 명이다.

삼산재가 인복시민참여단 진영애(73) 씨는 “참여단 교육을 받기 전에는 동네 곳곳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는 환경미화원이 청소하는 것이지 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참여단에서 선배시민 교육을 듣고 난 다음엔 동네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깨닫고는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표는 동네 주민들이 함께 단지 내 쓰레기를 문제로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계획했다”고 말했다.

윤주봉(71) 씨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마을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젊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참여단 활동 덕분에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해야 할 일이 있구나 하고 배웠다”고 말했다.

참여단 교육의 핵심은 ‘선배시민’ 교육이다. 노인을 세상을 먼저 산 경험이 있는 선배시민으로 지칭하고 스스로 사회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도록 돕는다. 특히 남동구 참여단은 대부분 맞춤돌봄서비스 대상 노인이라 교육이 갖는 의미가 더 크다. 불편한 일이 있어도 “내가 무슨 힘이 있나”하고 생각하던 노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수6동 참여단 황완분(81) 씨는 “우리가 자주 다니는 인도에 나무뿌리가 높이 솟아있어 안 그래도 걸음이 불편한 우리 같은 노인이나 아이들에게 위험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한번 말하니 들어주지 않아 두 번, 세 번, 몇 번을 찾아가니 싹 고쳐놨다”고 말했다.

이양길(80) 씨는 “이제 동네를 걸어 다닐 때 그냥 걷지 않고 눈 여겨 보게 된다”며 “얼마 전 동네 인근 주말농장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누가 커다란 이불을 공사장 근처에 버려뒀기에 혼자서는 도저히 치울 수 없어 구청에 당장 전화했다”고 말했다.

만수6동 시민참여단 업무를 담당하는 김도영 주무관은 “처음에는 이미 80세가 넘은 나이에 ‘친구’를 만드는 일이 귀찮다고 여겼던 이들이 학습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교류하면서 생기를 되찾고 있다”며 “선배시민 교육이 앞으로 계속 이어져 더 많은 노인에게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사서원은 내년에도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 참여 기관을 확대하는 한편 자체 교재를 제작하고 토론식 수업을 확장하는 등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19일에는 인천시청 본관 1층 중앙홀에서 ‘인복드림 시민축제’를 열어 시민들에게 올 한 해 진행한 인복시민참여단 활동을 알릴 예정이다.

유해숙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원장은 “인복시민참여단은 노인이 스스로 당당하게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노인’을 대하는 기존 관점을 바꾼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다”며 “인천사서원은 인복시민참여단 사업을 더욱 강화해 우리 사회가 슬기롭게 고령사회로 변화를 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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