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와 수묵화의 대가 박대성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인사아트홀 5개관에 전시한 한국화의 거목 소산(小山) 박대성 화가 전시회에 갔다. 2019년에 완성한 ‘금강설경(金剛雪景)’은 가로 8m에 이르는 대작으로 4년이 걸려 작품을 완료했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코로나 전염병에 지친 필자의 가슴이 탁 트이고 긴 여운이 남았다.
수묵화 금강설경은 오로지 흑(黑)으로만 완성했고 흑과 백이 공간을 배분하여 공존하는 그림이다. 내금강의 바위와 소나무 위에 쌓인 눈, 종이의 흰 여백이 오히려 강골(强骨)의 산맥을 적절하게 표현했다. 23년 전 겨울에 작가는 금강산을 갔다. 영하 20도가 넘는데 그림을 그리려면 먹물이 있어야 하는데 가져간 물이 얼었다. 그는 얼지 않는 고량주로 먹물을 만들어 재빨리 스케치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취기(醉氣)가 내뿜고 있다.
소산 화가가 선보이는 또 다른 멋진 눈 풍경은 ‘불국설경(佛國寺雪景)’이다. 불국설경만 세 번이나 그린 박대성은 천주교 신자다. 그는 이 작품을 스케치하며 살금살금 바스락 바스락 눈 내리는 소리까지 그려내고자 했다. 홍익대 이은호 교수는 ‘세상 만물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색’이라고 평했다. 그의 먹빛은 흑(黑) 대신 현(玄)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소산 박대성을 한국 수묵화의 대가라고 부른다. 겸재 정선부터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으로 이어지는 진경산수화의 맥을 그는 지켜냈다. 그러면서도 전통 수묵화를 현대 미술로 끌어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여러 해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영열 명지대 교수에게 ‘한국 근, 현대 미술의 이해’ 에 대한 강의를 들었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은 290년 전 금강산 <금강전도>를 그리면서 위에서 아래로 보는 기법을 사용했다. 겸재는 해가 지는 산과 뒤편 바위산을 1장에다 12000봉을 담았다. 그리고 소정 변관식은 금강산 그림을 잘 그렸는데 금강산을 3번 갔었다고 한다. 1959년 <외금강 삼선암추색> 그림을 수묵담채로 그렸고, 걷는 사람을 3개 무리로 나누어 등장시켜 시선을 유도하였다. 겸재와 소정의 진경산수화 금강산을 생각하면서 소산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분들의 위업을 이어서 소산 박대성 화가가 수묵화의 맥을 잇고 있다.
박대성 화가는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네 살 때, 빨치산 무리들에게 낫으로 왼쪽 팔꿈치 아래가 잘려나가고 그때 부모도 잃었다. 그는 팔이 없다는 비극을 미(美)로 승화시켰다. 박대성의 화가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 그는 이건희 전속 화가로 지내며 한 달에 몇 점씩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기 위하여 교육이 필요하다. 작가처럼 실기교육 위주가 아니라 미술을 아름답게 보는 눈과 정서 함양을 위한 감성을 키워야겠다. 성인들 미술교육은 문화중심 교육이 되어야 하고, 감상은 미를 즐기고, 비평은 미적 가치판단인 평가에 중점을 두어야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지혜롭고 바르게 살기 위해서 ‘수양을 쌓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이제 가을의 시작이다. 가을 기운이 거리에 가득 찰 때, 예술을 즐기는 우리의 삶은 더욱 빛날 것 같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면서, 우리 모두 좋아하는 책과 미술, 음악, 영화를 보면서 인문학 지식도 쌓고, 마음을 넉넉하게 나누고 살았으면 좋겠다. P.S. 이원고는 2900자인데 지면관계상 17자로 올림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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