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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향] 아버지의 가을

아버지의 가을

               윤금아

    

햇사과 익어가는 도시의 불빛처럼

이른 새벽 대문 열리는 헛기침 소리는

들꽃 무리 휘감긴 아버지의 가을이다

    

아무리 세월을 거둬내도

아버지의 굽어진 허리 너머엔

진한 흙냄새가 여전하다

    

푸르르던 진한 잎사귀

하나, 둘 떨어지면

톡하고 터지는 빠알간 석류알

나의 소박한 꿈도 익어만 간다

    

곳간 가득 채워 둔

알알이 곡식은

허기를 참고 쌓아 둔 내일이었다

    

무성한 씨앗으로

출렁이는 너른 들판

고개 숙인 벼 이삭은

문지방에 매달려 그네 타는

구멍 숭숭 뚫린 손때 묻은 밀짚모자다

    

들꽃 무리 언덕 끝

그때 거기 걸어두고 갔던

볕에 그을린 아버지의 환한 미소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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