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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지필문학 12월호 통권60호(발행인 박세영)/류시호 논설위원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며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1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소장한 매력 있는 초상화 전시회를 해서 참석을 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컬렉션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전시로 500여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세계 역사와 문화를 빛낸 76명의 인물 초상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초상화는 나와 나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시를 통해서 보여주는 오래된 전통을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즐거움은 유명한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를 만났고, 아이작 뉴턴, 비틀스, 에드 시런 등 영국과 세계의 역사를 빛낸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영국의 전기 작가이며 수필가 토머스 칼라일은 초상화라는 작은 촛불이 빛을 비춤으로써 어떤 이의 삶은 처음으로 빛을 본다.’고 했다.

셰익스피어 초상화를 보니 셰익스피어 인 클랙식공연이 생각난다. 여러 해 전, 노원 휴먼라이브러리의 휴먼 북으로 재능 봉사한 분들을 위한 송년 문화모임에 갔다. 이날 행사 후 문화예술회관으로 이동하여 셰익스피어 공연을 보았다. 햄릿, 오셀로,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등 전 세계가 사랑하는 문학작품을 음악, 영화, 연극 등으로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음악과 접목하여 예술 명작들을 낳았다. 그의 작품으로 멘델스존은 <한여름 밤의 꿈> 녹턴’,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 푸치니는 오페라 <그대의 찬 손>, 구노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등 문학작품을 오페라나 뮤지컬, 클래식 음악으로 연주하거나 성악가들이 노래했다. 그래서 영국은 인도를 다 준다 해도 셰익스피어와 바꾸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의 문학적 가치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며 세계사를 다시 쓴 군주로 초상화도 인상적이다. 460년 전 엘리자베스 1세는 스물다섯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45년간 왕으로 군림하며 잉글랜드를 유럽 최강국으로 끌어올렸다. 통치만 잘한 게 아니라 초상화를 통한 이미지 정치에도 능했다.

초상화미술관이 소장한 여왕의 초상화는 당시 40대 초반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미지로 표현했다.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는 젊은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눈, 코가 본래의 위치보다 위로 수정했다고 한다. 보석으로 장식된 목걸이의 불사조 문양은 영원불멸의 권위와 튜더 왕조의 상징인 장미꽃을 강조했다. 또 순결의 상징인 진주로 장식해 처녀 여왕의 이미지를 한껏 뽐냈다. 한편, 우리나라도 왕족이나 귀족들 초상화가 있는데, 대개가 조선 시대 제작을 많이 했다. 조선 최고의 성군이었던 세종대왕의 어진(御眞)과 망국으로 이끈 고종의 어진에는 두 사람이 겪었던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영국이 자랑하는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를 보니 우리나라도 나라를 구한 영웅과 학자, 과학자, 기술자, 세계를 향하여 열심히 뛰고 있는 기업인, 음악가, 미술가, 체육인, 예능인 등 대단한 인물들이 많은데 국가에서 잘 모셔야겠다.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거리 두기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호소하며 혼자 있는 걸 힘들어하고, 인간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줄면서 우울함이 늘어난다. 갑갑하고 힘들 때, 우리 모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스트레스도 풀고 인문학을 통하여 마음의 양식도 쌓자. P.S. 이 원고는 3000자이지만 지면 관계상 1700자로 올림.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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