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화가 박수근 개인전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국민 화가 박수근 개인전에 갔다. 박수근이 처음 예술과 조우한 것은 그의 나이 12세, 그는 장 프랑수와 밀레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아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초등학교만 다닐 수 있었던 그는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여 조선미술전람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와 같은 관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의 한국화단에는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었지만, 박수근은 서민들의 일상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을 고수했다. 그는 본인의 창신동 집과 일터였던 명동 PX, 을지로의 반도화랑을 오가며 목도한 거리의 풍경, 이웃들의 모습을 주로 화폭에 담았다.
또한 동시대 서양미술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며 공간, 형태, 질감, 색감 등의 회화요소를 가다듬어 가면서, 그리고자 하는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던한 회화 형식과 화법을 구축했다. 일체의 배경을 제거하고 간략한 직선으로 형태를 단순화 한 뒤 표면을 거칠게 마감한 그의 회화는 조선 시대 도자기, 창호지, 초가집의 흙벽, 사찰 돌조각 등을 연상시키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미감’을 보여준다.
전쟁 직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예술만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었기에, 박수근은 예술가로서 자존심을 내려놓고 미군 PX의 초상화부에서 일하며 그림을 팔았다. 이곳에서 번 돈을 모아 창신동에 집을 마련했는데, 창신동은 서민들이 밀집해 살았던 동네였다.
판잣집은 가난의 상징과 같은 것이지만, 박수근은 작품 <판잣집>에서 따스한 색채로 이곳 사람들의 온기를 표현했다. PX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했던 박완서는, 훗날 소설가가 되어 박수근이 참혹한 시절을 얼마나 묵묵히 견뎌냈는가를 증언하기도 했다. 박완서의 첫 소설집 ‘나목’은 박수근의 ‘겨울 나무와 두 여인’에서 스토리를 얻었다.
박수근 화가는 생계를 위해 전매청, 한국전력공사 등 사보에 실린 삽화 등 생계형 삽화와 표지화도 함께 걸려 있다. 이번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공동주최해 내년 3월 1일까지 전시를 연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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