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발왕산과 이효석 문학관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최근에 지인의 초대로 강원도 평창군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여행을 갔다. 평창은 계절에 따라 걷기 좋은 전나무 숲길, 용평 스키장, 월정사, 귀여운 양이 뛰어노는 대관령 양떼목장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평창은 봉평면 출신 이효석 소설가 덕분에 메밀꽃 축제가 유명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비대면 안심관광지' 9곳 중 강원도가 3곳으로 평창 발왕산이 포함되었다. 지인과 용평리조트의 1458m 발왕산을 관광 케이블카를 타고 20여 분만에 올라갔다. 눈이 내린 후라 눈꽃이 화려하게 우리를 유혹했다. 이곳에 오니 젊은 시절 가족들과 스키를 타러 다녔던 기억이 났다.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주목 군락지와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오래 사는 나무다. 고산지대에서 세찬 눈바람을 맞으며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은 강인한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바램길, 발왕약수 데크길, 주목 치유숲길이 있다. 그리고 정상부에 35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발왕산 스카이워크도 명소다. 평창은 한국의 알프스이며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곳으로 우리 국민에게 자부심을 준다. 스위스 여행 중 올라간 리기산과 오스트리아 여행 중 인스부르크에서, 동계올림픽을 2번 개최한 곳이라고 자랑하던 현지 가이드 생각이 났다.
다음 날, 대관령면을 벗어나 봉평면으로 향했다. 평창군은 산악지대로 동네와 동네 간 거리가 멀다. 여러 해 전에 다녀온 이효석 문학관과 이효석 생가를 갔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로 알려진 이효석 소설가는 작품 대부분 배경이 봉평이다. 문학관과 약간 떨어진 곳에 생가터가 있다. 거제도를 여행하며 류치환 생가터와 조지훈, 이문열, 박경리 등 작가들 살던 곳을 보았는데 이곳은 너무 낡았다. 이곳의 식당, 카페, 장터, 문화활동 등 모두가 메밀꽃 필 무렵을 활용하면서, 생가터가 초라하여 아쉽다. 봉평 효석문화마을은 문학의 숲, 생가터, 효석 달빛언덕, 문학비, 문학관, 물레방앗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효석 달빛언덕에 가면, 소설에 나오는 대형 나귀 조형물이 공원에 서 있다. 이 조형물을 보니 터키를 여행하며 트로이지역에서 본 트로이 목마가 생각났다.
문학관 입구에서 올라가다 보면 가산 이효석 문학비가 있다. 마당에 들어서면 이효석의 동상과 전시실, 카페가 보인다. 입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냇가가 있고 건너편이 봉평장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 가을은 소금을 뿌린 듯하다. 메밀꽃 핀 달밤의 산길은 달빛을 의지해 길을 걷고 있는 장돌뱅이 세 사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하얗게 메밀꽃 피어난 그 길은 허생원의 인생을 낭만적으로 채색하고 있다. 문학관 전시실에서는 가산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상할 수 있다. 이효석이 직접 작품을 써낸 창작실과 봉평장터를 재현한 모습과 가산의 작품 원본 자료들도 볼 수 있다.
문학기행을 마치고, 장날이라 봉평시장에 갔다. 여러 가지 농산물을 구입하고, 식당에서 메밀 향 가득한 메밀국수와 메밀전병을 주문했다.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메밀국수와 매콤한 메밀전병은 문학을 하는 필자에게 글감 스토리를 제공했다. 평창군 발왕산과 양떼목장 그리고 이효석 문학관, 무이예술관 문학기행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봄이 오면 청정지역 발왕산과 양떼목장의 초원, 메밀꽃 피는 봉평, 예술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강원도 평창을 또 가고 싶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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