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협주곡, 그림 음악회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Holy Choir음악동호회(이상만 회장)초대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음악회를 갔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최정숙)가 연주하는 프로그램은 위정윤의 ‘번짐 수채화’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라단조 Op. 30’, 그리고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85년 최초의 민간 교향악단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로 출발하여 지난 3월 국립으로 변경되었다. 지휘자 피네건 다우니 디어는 2020년 말러 국제지휘콩쿠르 우승을 하고, 2018년부터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
이번 음악회에서 창작 초연도 있는데, 작곡가 육성 프로그램인 아틀리에에 선발된 위정윤 작곡가의 '번짐 수채화'다. 이 곡은 다양한 색채와 흥미로운 텍스처로 이목을 사로잡은 위정윤은 관객과의 첫 만남이다. 그리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15분간 잔잔히 연주해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연주하기가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가 협연했다. 말로페예프는 40분간 악보 없이 때로는 부드럽게 왈츠가 흐르고, 60인조 오케스트라와 맑고 높은 고운 소리로 선물했다. 3악장 중 2악장은 여러 가지 기교를 많이 부렸고, 호른 악기가 평소 안 보던 중절모 같은 캡을 씌어 연주하여 궁금했다. 한편 현악기 하프 2대가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도왔다.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그의 친구이자 뛰어난 건축가, 화가였던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에서 10점의 그림을 본 후 영감으로 작곡을 했다이 음악은 제10곡 '키이우의 대문'이 유명하다. 이 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세계 각국에서 자주 연주되고 있다.
이곡은 10곡이 어어져 35분간 연주되었는데, 맑고 정갈한 소리, 모든 악기가 크게 울림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경쾌하고 빠른 템포로 연주하다가 무겁고 여리게 변하기도 하고, 커다란 쇠 채반 같은 악기가 종소리를 내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었다. 마지막 부분은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고 벅찬 느낌으로 연주하여 청중들의 부라보 소리가 높았다.
아름다운 음악을 위해서는 작곡가, 연주자가 중요하지만, 지휘자가 매우 중요하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작곡가들이 그려 넣은 음표의 의미와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 악기 소리를 이해하고, 눈앞에 있는 음악가들과 등 뒤의 청중을 한곳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 지휘자다. 무대 위에선 잔뜩 어깨에 힘을 주지만 공연이 끝나면 호텔 방에 들어와 외로움을 끌어안고 잠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지휘의 세계는 신비로운 마법과도 같다.
이번 음악회에서 그림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변환하는 작곡가의 힘을 느끼고 보니, 음악회를 가는 것부터 즐겁고 신났다. 유명한 지휘자 피네건 다우니 디어, 어려운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를 만나서 행복했다. 예술은 노력 없이 가까워지기 힘들지만, 예술을 가까이하면 삶이 총체적으로 바뀐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성을 음악에 투자해보자. 감성은 돈을 주고 살 수 없지만, 사람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재물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물인 예술 중에서 음악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 우리 모두 음악을 사랑하며 살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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