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최근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해외에 나가 있던 문화재 중 반환되거나 구입한 물품의 특별전시회가 있어 참석을 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교직에 근무할 때, 방학마다 1주일씩 3회를 연수받아서 잘 알고 있다.
나라 밖 문화재 특별전 입구에 겸재 정선의 화첩이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금강산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로 54.3cm, 세로 33cm 화폭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봉우리가 겹겹으로 그려져 있다. 겸재 정선이 환갑 무렵 그린 진경산수화 ‘금강내산전도’다. 1925년 한국을 찾은 독일의 성 오틸리엔 수도원 노르베르트 베버 대원장이 이 작품과 ‘겸재 정선화첩’을 수집해 반출했다. 2005년 성 오틸리엔 수도원이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화첩을 영구대여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반환하면서, 8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전시회 중간쯤에 조선 후기 보병들이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면피갑을 보았다. 전쟁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군복은 어떻게 제작되었나 궁금했다. 면피갑은 2017년 독일 수도원의 기증을 통해 국내로 돌아왔다. 필자가 본 문화재 중 재미있는 것은 ‘양봉요지’란 책이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근무하던 독일 카니시우스 퀴겔겐(한국명 구걸근)신부가 1918년 쓴 양봉기술교육 교재였다. 100여 년 전 서양 양봉기술이 도입된 과정을 보여주는데, 독일 뭔스터 슈바르자흐 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영구임대 형식으로 반입되었다.
해외에 있는 문화재나 유물을 국내로 환수한 관계 당국에 감사를 드린다. 그동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튀르키예, 스페인,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외국 박물관과 미술관을 여행하며 아름다운 미술품이나 조각품을 보면 부러웠다. 하나의 문화재를 원래 자리로 반환하기 위한 재단과 정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이 전시회는 9월 25일까지임.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