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역사탐방) 국립민속박물관의 하루/ 류시호 논설위원

인문학 지식도 쌓고 즐겁게 살기를 권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하루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래전,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방학마다 여러 곳의 박물관 연수를 많이 받았다. 그중에 내가 잘 알 것 같은 민속박물관은, 알고 있는 상식 외에 체계적인 인문학적 강의 덕분 요즘도 가끔 민속박물관을 간다.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궁중 장례식과 지방마다 다른 장례식 등 민속박물관도 배울 점이 많았다.

최근 민속박물관을 가서 전시장 3곳을 둘러보았다. 1전시장은 한국인의 하루라는 주제인데, 전시관에서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조선 후기 이후 한국인의 하루 일상을 보여준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마을 안에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라는 시간 속에 각자의 생업에 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삶을 그렸다.

특히,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통 사회의 일상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근현대의 하루를 소개하는데, 시간을 넘어 변하지 않는 하루가 지닌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민속박물관 야외 전시장에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도 있지만, 남녀 성기를 믿음의 대상으로 모시기도 한다.

2전시장 봄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만물이 싹트는 계절로, 한 해 농사와 어로(漁撈)의 출발점이다. '봄이 들었다'는 뜻인 입춘 양력 24일경은 계절적으로 아직 겨울이다. 이 때문에 입춘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진 이후에야, 농촌에서는 논밭을 갈며 본격적인 한 해 농사를 시작한다. 또한, 어촌에서는 대개 봄의 초입(初入)에 드는 영등날에 굿을 하고 나서 고기잡이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입춘이란 절기는 중국 화북지방을 기준으로 만들어 우리나라와 맞지 않다.

3전시장 한국인의 일생 중 관직과 직업에서 과거시험을 보는데, 지금의 대학인 성균관에 재학을 하면 과거시험에 가산점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 말이 많은 국가 유공자 자녀들 가산점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과거에 합격하면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악대를 앞세워 3일간 동네를 돌며 잔지를 하고 선배들에게 문안 인사를 했다.

한편, 관직에 나가서 고을 군수를 끝내면 일 잘했다고, 만인산이란 태양을 가리는 큰 양산을 만들어 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고급관리만 타는 초헌이라 수레형 가마도 알게 되었다. 시니어 여러분들, 미술관, 영화관도 좋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에 가서 인문학 지식도 쌓고 즐겁게 살기를 권한다. / 논설위원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