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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을문학]

세월이 부르는 정  


고금석    


샘 깊은 그곳에서

졸음에 개울가 개나리꽃 피고

아카시아 향기 날리면

흙담 너머로 검게 그을린 혜자를 부르던

그때의 세월이 있었습니다

소적새 멀리 울어 소먹이 풀을 먹이기도 했고

고향 나즈막한 산골에서 연기가 날 때

뿌연 노을에 아룩이 지피며

흩어진 별을 세던

그곳으로 세월은 정을 품어줍니다

아직은 젊다 하는데 별이 뜨면 이시간도 지날텐데

사랑이 넘치던 그때를 그리워해도

지워져 삶의 무게 앞에 풍파의 서러움이

앞서다 하여도 이제 돌아와 설핏한 노을에

별하나 또럿하게 내리고

허튼 마음 없이 정이라면 하나밖에 없는

미련을 접지 못하여도 모든 것 다하여

세월의 반백 년에 아침 이슬처럼 반짝이는

그 세월의 자취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당신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영혼이 노을에 빛나고

세 월속에 흐르는 정든 당신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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