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하는 글쓰기(시, 시낭송)
류 시 호/ 시인 수필가
실로암점자도서관 주관 시각장애인 대상 힐링하는 글쓰기(시, 시낭송) 6주간 강의를 마쳤다. 힘이 많이 들었지만 지도 교수로서 보람이 컸다. 교육공무원 퇴임 후 마을학교에서 학생 글쓰기와 서울시 이모작센터, 복지관과 휴먼라이브러리에서 성인 상대 강의를 오랜기간 했지만,
내가 아는 인문학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6주간 시각장애인 수강생들도 적극적이었고, 도서관 팀장부터 관계자들이 격려를 해주어 힘이났다. 아래는 수강생 6명의 시를 소개한다.
경의선 숲길
이 0 자
귀뚤귀뚤 귀뚜리
찌륵 찌륵 찌르르
풀벌레 화음
아름다운 가을밤 깊어간다
뭉게뭉게 흰 구름
갈댓잎 사악 사악
달빛 조명 만들어
즐거운 가을밤 깊어간다
능수버들 하늘하늘
미루나무 찰랑찰랑
아람 박수 소리
행복한 숲길 깊어만 간다.
*아람 : 탐스러운 가을 햇살을 받아서 저절로 충분히 익어 벌어진 그 과실
가을의 길목에서
이 0 수
햇볕 따뜻한 날
보라매 공원 호수
천천히 걷다 보니
느티나무 아래 낙엽
시나브로 단풍 되어 간다
시원한 가을바람
눈부신 파란 하늘
아름다운 자연
새들이 즐겁게
하하 호호 노랫소리 들린다
호숫가 분수대
깔깔깔 웃음소리
친구 사진 찍으며
하늘 올려다보니
바람 상큼한 가을이구나.
* 시나브로 : 알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산책로 의자
양 0 승
녹음 짙은 산책로
호숫가 의자
꽃잠 꿈꾸던 연인
수많은 인연
삶의 위로 되는 곳
한여름 땡볕
머리 적신 여우비
설레는 공원
사랑, 향기 머물든
기다리던 의자
어느 가을
풀벌레 가득한 밤
위로 전하던 이곳
항상 같은 자리
휴식 되어준 의자.
* 꽃잠 :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하는 잠
* 여우비 :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나의 가을
김 0 선
홀로 찾은 공원
가을 색 물든
나무와 들꽃들
벤치에 앉아
미소 인사 건네본다
천천히 걷다 보니
왈츠춤 추는
철 지난 장미꽃
앙증맞은 이름표
살랑살랑 노래한다
기쁜 마음
발걸음 재촉하니
갈대, 코스모스
국화향 풍기는
행복하고 평온한 오후.
서럽게 울던 밤
박 0 순
가족이 모여
담소 나누던 밤
갑작스러운 비보
“엄마 돌아가셨다”
스스로 마감했다며
친구가 서럽게 울었다
일찍 떠난 남편
다섯 남매
뇌성마비 아들
몰강스럽게 살았지만
가슴 시렸으리
절망에 떠나신 거겠지
폐암 앓이 친구
장례식 못 간다며
모질게 울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먹먹하게 전해져
서럽게 울었다.
* 몰강스럽게 : 억세고 모질며 악착스럽게
장미의 공감
권 0 경
길고 긴 폭염
우울하게 한 장마
가슴 아픈 마음
긴 밤새울 때
작달비 지나가고
이슬 먹은 장미
기분이 상쾌하다
창문 열고
“호호 하하”
노란 장미꽃 향기
소담 소담 쓰다듬으면
잠겼던 마음 사르르 녹는다.
* 작달비 :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