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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지필문학 겨울호 통권 제63호(발행인 박세영)/류시호 논설위원

미술이나 문학이나 아름다운 표현은 감수성을 살린다.

문화재 사랑 이건희와 전형필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최근에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시회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며 국가적인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많아서 미술, 조각, 서화, 도자기, 목가구, 골동품 등 다양한 문화재를 수집하였다.

지난해 그의 유족이 23천여 점의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그중에 355점을 전시하였다. 이번 전시는 정선 <인왕제색도>(국보), <금동보살삼존상>(국보), 김환기 <산울림>, 클로드 모네 <수련>, 이중섭 <황소>, 박수근 <한일> 등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외 5곳이 출품을 했다.

전시내용을 보면, 이중섭 화가의 황소, 현해탄, 춤추는 가족, 섶섬이 보이는 풍경과 박수근의 한일, 아기 업은 소녀 등이 있었고, 이중섭은 외로운 화가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행복했던 순간을 그림에 담았습니다.’라고 작가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그리고 모네 작가는 빛이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작가로 수련이 있는 연못을 보았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다른 전시회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운보 김기창의 소와 여인은 검은색으로 표현한 추상화이고, 운보의 아내 박래현은 피리<大作>, 여인과 고양이가 있었다.

여러 해 전,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을 갔다. 미술관 입구부터 젊은이와 중년, 노년 세대까지 오랜 시간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우리 문화재 보호와 예술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 인사동 갤러리를 자주 가지만 귀중한 미술품을 보기 위하여 시간 투자는 아깝지 않았다.

이곳에서 18세기 우리 그림의 대표적인 화가 겸재 정선, 표암 강세황, 현재 심사정을 비롯해 호생관 최북, 추사 김정희, 풍속화의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과 같은 걸출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보았다.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에는 국보 72호 계미명 금동삼존불, 국보 70호 훈민정음 등 국보 12, 보물 10, 서울시 지정문화재 4점 등 5000여 점에 달한다.

특히 조선 후기 서민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혜원 신윤복의 인물 풍속도, 인왕산과 금강산을 눈앞에서 보는 듯 그린 겸재 정선의 산수화 등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간송은 문화절정기인 진경시대’(1718세기) 화가들의 그림을 집중적으로 모았고, 이 미술관 소장품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버금가는 정도라고 평가받고 있다. 교직에 근무할 때 고궁박물관에서 간송미술관의 탁현규 실장의 강의를 들은 적 있어 간송미술관의 미술품을 많이 이해한다. 이렇게 중요한 문화재를 기증한 이건희와 일본으로 팔려갈 국보급 문화재를 구입하고 보존하고 있는 전형필에게 국민을 대표하여 박수를 보낸다.

문화유산이란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력과 으뜸이 되는 디자인으로 만든 물품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미술이나 문학이나 아름다운 표현은 감수성을 살린다. 우리가 문화예술을 감상만 하다가 직접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 보면 그 즐거움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세월이 흘러도 감수성과 감동은 죽지 않는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가끔 시간을 내서 인사동의 갤러리나 음악회, 고궁, 박물관을 돌아보며 문화를 즐기자.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을 가까이하면 감정을 움직이게 해주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 된다. 우리 모두 문화예술을 누리며 마음의 부자가 되면 좋겠다. P.S. 이 원고는 3400자이지만 지면 관계상 17자로 올림.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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