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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향] 삶의 무도 - 오연복 시인

삶의 무도舞蹈

오연복

세상은 무도장이다

드넓은 벌판에서

깊이를 알 길 없는 바다에서

뿌리를 불끈 쥐고 일어선 산맥에서

우주의 심원을 찾아 흐르는 골짜기에서

어깨 들썩이며

팔에 나비를 태우고

다리에서 겅중겅중 거미줄을 토하는

춤사위의 향연

 

세상은 삶을 춤추게 한다

몸으로 추는 춤

돈으로 추는 춤

그리움으로 추는 춤

애석임으로 추는 춤

몸은 팬터마임을 한다

돈은 어릿광대의 거울이다

그리움은 고독의 정류장이다

애석임은 통증 다큐멘터리이다

 

춤꾼으로 둘러싼 광장

저마다 머리에, 얼굴에, 몸뚱어리에

신전을 모시고

살풀이춤을 춘다

세상은 하나라 하는데

저 먼 땅 켈트족의 조상도 불러내고

이국의 흥청거리는 몸짓도 우러러 흉내 내며

막걸리 한잔에 거나하게 취하실

우리 조상님도 불러냈을까

 

성깃할 때 서로서로

주고받은 전화 한통이

돌아올 길 없는 목소리가 되어서

좁디좁은 내리막길을 서성거린다

얼음파도처럼 매몰찬

산사태같이 걷잡을 길 없는

덮침덮침덮침덮침덮침덮침덮침덮침덮침덮......

어라어라, 물결이 떼 지어서 파도가 되고

에고에고, 엉키고 엉켜 쓰나미가 난리법석이네

 

밀물을 기대하였던 우리네 삶

썰물까지 경계 했던가

맨 낯에 적나라하면서도

민낯을 거부하는 삶

세상은 춤을 추는데

삶의 어깨는 자꾸만 내려앉는다

내일을 꿈꾸는 불측한 세상이여

명복의 이불을 덮은 내세에

감히 어떤 미련을 사부작거릴 수 있단 말인가

 

 


덧붙이기

세상은 삶의 무도장입니다.

즉흥곡으로 연주되는 세상의 반주는 기쁨의 향연에도, 서글픈 인연에도

뜨거운 포옹에도, 별스런 기행에도, 뿌듯한 탄생에도, 안타까운 이별에도

세월을 토닥이는 선율로서 춤이 그리는 대로 선을 타고 흐릅니다.

그 선율에 기대어 20221029일의 서울 한복판 이태원 내리막길의

한 자락을 붙들어 보았습니다.

   


2022. 10. 29 이태원 핼러윈 데이 축제에 참가하였다가 참변을 당하신

희생자 영령들께 삼가 명복을 빌며 황망지경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상심에 휩싸여 계실 유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뜻을 표합니다.

 


오연복 프로필 


시인, 작사가, 칼럼니스트.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신문예문학회 부회장, 아태문인협회(The Asia Pacific Literature Association) 부이사장, 스토리문인협회 이사, 천등문학회 이사, ) 샘문 주간, ) STN 취재본부장

대한민국인물대상, 중앙일보 전국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 세종대왕탄신기념 백일장 운문부 금상, 글벗백일장 대상, 샘터문학상 대상, 한용운문학상, 천등문학상, 신문예문학상, 중앙뉴스문화예술상, 미주예총연합회장상, 서울비엔날레문학상 대상, Paris Ecole Award문학부문대상 등 다수.

* 대표 시집 <세상에서 가장 긴 시>, * 공저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50여 권,

* 대표 가곡CD<부다페스트 아리랑>, 공동 가곡 CD 30여 집,

* 대표가곡 <김치송> * 최신(202211월 발표) 가곡 <씨름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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