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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미문단 겨울호(발행인 강정실) /류시호 논설위원

권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남용은 더욱 위험하다고 했다.

청와대와 왕비에 오르지 못한 칠궁(七宮)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지난 5월 새 정부가 들어서며 대통령들이 근무하던 청와대를 개방하여 최근에 방문했다. 정문을 통하여 들어가니 본관과 영빈관,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녹지원과 상춘재 그리고 대통령 부부가 퇴근 후 쉬는 관저까지 볼 수가 있었다. 그동안 청와대를 방문할 기회가 없었고,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가보니 모든 것이 새롭다. 왕이 근무하던 왕궁은 우리나라와 외국에서도 보았지만, 대통령이 최근까지 근무한 현대식 건물은 처음이다. 압축해서 말하면 현대식 왕궁임을 느꼈다.

1991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지금의 모습으로 건립되었다. 조선 총독 관저를 증축하여 본관과 관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 등을 신축했다. 현재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본관과 관저를 중심으로 영빈관, 춘추관, 상춘재 등 여러 부속 건물이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북악산 자락 계곡에 각종 건물이 비탈길을 따라 건축되었고, 건물 간에 거리가 멀어 자전거나 승용차로 이동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필자는 뉴스에서만 보던 대통령 집무실과 역대 영부인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는 영부인 집무실, 외빈 접견실 등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대통령과 가족이 거주하던 관저는 인수문을 통하여 들어가는데, 침실과 드레스룸, 식당, 미용실 등이 있다. 그리고 80평 침실과 옷장이 16개라고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창덕궁 후원을 일명 비원이라고 하는데, 창덕궁 후원이 무척 넓고 계곡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경복궁 후원인 청와대는 창덕궁 후원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본관, 관저, 상춘재를 관람 후 녹지원을 갔다. 계곡 아래 평지 국내에서 최고 크고 아름답고 웅장한 대형 소나무 한그루를 보았다. 돈을 주고 구입 할 수 없는 귀중한 가치를 느꼈다.

청와대를 방문하고 근처 칠궁(七宮)을 갔다. 이곳은 조선의 왕들을 낳은 친어머니지만,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의 신위를 모신 장소다. 칠궁은 법적 어머니인 왕비와는 별개로 후궁인 생모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

영조가 자신의 어머니 무수리 출신 최숙빈의 신주를 모신 육상궁 사당을 건립하고, 연호궁, 저경궁, 장희빈의 대빈궁, 선희궁, 경우궁이 옮겨왔고, 덕안궁이 들어와서 칠궁이라고 한다. 여복이 많았던 숙종은 후궁인 경종의 어머니 희빈 장씨와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를 여기에 두었다.

중국의 자금성, 일본의 왕궁, 영국의 버킹엄 궁전, 동남아를 여행하며 여러 나라 왕궁들을 가보았다. 대통령 근무하는 본관과 참모들 근무지가 멀어서 자전거나 차를 타고 결재 간다고 하니 아쉽다. 그리고 숙소는 규모가 커서 퇴근 후 부부만 거처하기는 너무 적적할 것 같다. 필자가 방문한 날 부산과 대구에서 청와대가 궁금하여 새벽에 출발한 관광버스 단체팀을 만났다.

청와대를 방문하고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권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남용은 더욱 위험하다고 했다. 그리고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는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고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간이다. 욕을 덜 먹고 나라를 잘 이끌어 역사에 오래오래 남는 대통령이 되길 기원한다. P.S. 이 원고는 288자이지만 지면 관계상 1700자로 올림. 한미문단은 한국문인협회 미주지부에서 발행하며, 미국에 거주하는 문인들과 한국 총괄 편집은 김석인 시인이 한국에 거주하는 문인들 작품을 추천하고 편집한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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