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쓴 이별 편지
박가을
파란 도화지 겉장에 이렇게 써 놓았다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면 떠나라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말고 발길을 재촉하라
지난 일을 거두지 말고 펴보지도 말며
내가 건네준 사랑했던 연모도 그리고
아픈 이야기도 받았던 사랑도 생각하지 말라
같이 걸었던 산책길
마주 보며 마셨던 커피 맛도 짧은 입맞춤도
파란 도화지 위에 써 놓았던 연서까지도
잉크도 채 마르기 전 나는 전철을 타고
동해東海로 해가 뜨는 가을날 나는 떠나가리라
햇볕이 따사로운 여름날 눈빛이 마주칠 때
그때만을 생각하자
나는 영원히 눈을 감으면 숲의 이슬방울처럼
매일 새벽을 여닫는 안개가 되려니
불타오르던 내 심장은 이미 멎을 것만 같아
이렇게 곤한 밤을 너에게로 달려가고 있다
그때는 뜨거웠고 달콤한 웃음꽃이 만발할 때
벚꽃처럼 화사롭고 수줍은 안개꽃같이 청초했다
금요일이 되면 숨이 멎을 것 같은 숨가쁜 날
솜사탕처럼 달콤한 고백 또한 세상을 다 주었다
그 시간만큼 아끼자 그리고
너를 놓아주지 못할 만큼 사랑했음을 노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