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에세이)한국가을문학 제2호 (발행인 박가을)/ 류시호 논설위원

박물관과 미술관은 감성 교육의 장이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다.

멕시코의 아스테카와 콜롬비아의 엘도라도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멕시코 이전 아스테카 문명 전시회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어 참석했다. 아스테카는 마야, 잉카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의 3대 문명으로 손꼽히지만, 우리에게 낯설다. 아즈테카 문명은 14세기 중반부터 16세기 중반까지 호수 가운데 있는 테노치티틀란 섬, 현재의 멕시코시티에 도시국가를 세웠다.

우리에게 아스테카는 낯설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실제와 신화가 혼재되어 있으며, 과장과 왜곡도 많다. 어쩌면 유럽 정복자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아스테카 사람들은 신들의 희생으로 태양과 세상이 탄생하였고, 또 올바르게 작동한다고 믿었다. 아스테카를 정복한 스페인 사람들은 아스테카의 대신전(大神殿) 템플로 마요르를 파괴하고, 여기서 나온 돌로 카톨릭 성당을 쌓았다. 이것을 멕시코의 고고학자 목테수마가 1978년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의 공사 중에 우연히 건물기초를 발견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멕시코에 가장 소중한 보물인 조각품 태양의 돌이 무게가 25톤에, 3D 프린트로 재현하여 디지털로 보여주었다. 이들의 역사와 문화는 전쟁과 희생 의례로 대표되는 잔혹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자신들의 나라를 침략하러 온 스페인 정복자를 신의 귀환으로 오해하여 무너졌다는 멸망 이야기는 허망하다.

4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이 준비한 황금 문명 엘도라도,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전시회를 갔었다. 엘도라도는 황금을 찾아 헤매고, 황금을 위해 싸우고, 황금을 위해 죽은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한 말로, 320여 점의 황금유물 등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유럽인들은 엘도라도 황금을 얻기 위해 탐험과 모험을 했고, 아마존강과 안데스산맥을 넘어 황금을 찾다가 피로 물든 전설이 되었다.

그런데 50년 전 무이스카 황금 뗏목조각이 발견되어 엘도라도가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안데스지역과 중앙아메리카에서는 도마뱀과 악어를 신으로 모셨다. 그래서 그들은 도마뱀과 악어를 황금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황금이 콜롬비아 원주민들에게는 탐욕의 대상이 아니라, 황금으로 만든 도마뱀과 악어가 신에게 바칠 영혼의 도구였다

콜롬비아는 15세기 스페인 사람과 유럽인들, 아프리카 노예들 등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고, 특산물로 콜롬비아 커피가 유명하다. 박물관 전시회 덕분에 엘도라도 전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콜롬비아는 중남미국가 중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많다. 이 나라는 6·25전쟁 때 우리나라에 군대를 파견하여 일찍부터 우리와 혈맹관계를 맺어왔다. 현재 콜롬비아에는 KOTRA를 비롯하여 LG, 삼성, 대우, 현대종합상사 등이 진출해 있다.

멕시코의 아스테카와 콜롬비아의 엘도라도 전시회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생각해보았다. 19세기 박물관은 국가의 힘을 보여주고, 20세기 박물관들은 산업화 시대의 국민을 계몽하는 게 목적이라 한다. 학교에서는 지식교육을 배우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은 감성 교육의 장이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명언이 생각난다. 박물관의 유물들은 역사의 증인이며,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의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가끔 박물관을 방문하여 살아 있는 인문학 지식을 쌓고 즐겁게 살자. P.S. 이 원고는 3200자이지만 지면 관계상 1700자로 올림. / 논설위원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