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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배우고, 앞길 모색한 U-12 지도자 컨퍼런스


[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U-12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유소년 축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서로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023 대한축구협회(KFA) U-12 지도자 컨퍼런스가 26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국의 U-12 지도자 200여 명이 모였다. 발표자로는 이임생 KFA 기술발전위원장을 비롯해 최성환 지도자강사, 오성환 피지컬 전임지도자가 나섰다. 뒤이어 최광원 초등분과위원장을 비롯한 KFA 관계자들이 이번 시즌 초등 대회 정책을 소개하고, 올해부터 초등부 경기에 도입하는 1심제에 대해 설명했다.

정몽규 KFA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최영일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U-12팀 지도자들만을 모시고 열리는 컨퍼런스는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많이 배우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유소년 축구의 과제와 개선 방안이 무엇인지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운터 프레싱’과 ‘상황 인지 능력’을 주목하라

가장 먼저 발표자로 나선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타난 경기 성향을 참가자들과 공유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총 11개의 지표(볼소유 컨트롤, 플레이 국면, 볼 리커버리 시간, 라인 브레이크, 미드필드와 수비라인 뒤에서 볼 받기, 수비라인 높이와 팀 거리, 팀 형태, 파이널서드 진입, 실수 유발, 볼 압박, 예상 득점)로 나눠 분석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 프랑스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세계축구의 흐름을 짚었다. 또한 우리가 참고 삼을 만한 일본, 모로코와 같은 팀들의 데이터도 참가자들에게 제시했다. 먼저 이 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에서는 점유율이 낮은 팀이 승리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결국 점유율보다는 일대일 상황에서 강점을 보인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았다며 일대일 능력 향상을 강조했다.

11가지 지표 가운데서는 ‘플레이 국면’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플레이 국면은 팀이 볼을 소유했을 때의 빌드업, 볼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의 압박과 블록의 형태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각 팀의 스타일과 전술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게 FIFA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이 지표 내에서도 ‘카운터 프레싱’과 '푸싱-온'이라는 개념에 특별히 집중했다.

카운터 프레싱은 볼을 잃은 순간부터 곧바로 여러 명이 동시에 압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이 카운터 프레싱에서 세계 톱 클래스 수준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푸싱-온은 볼을 가진 사람이 동료에게 볼을 주고자 할 때 수비 팀이 이를 예측하여 볼을 받으려는 사람과 공간을 압박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은 푸싱-온에서도 상대했던 독일, 스페인에 우위를 보이며 그동안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압박축구를 선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킨 모로코는 수비와 공격수의 간격을 의미하는 ‘수비라인 높이와 팀 거리’ 지표를 살펴봤을 때 수비시 좁은 공간에 컴팩트하게 모여 상대를 압박하는 팀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모습을 통해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무엇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할 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면서 “능동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경기 지능을 높이는 훈련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뒤이어 최성환 지도자강사는 지난해 금석배 초등대회와 U-12 챔피언십 대회를 통해 8인제 경기의 현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언했다. 최 강사는 “8인제가 11인제에 비해 평균 볼터치 숫자는 많지만 수비 지역에서의 볼터치가 많다. 전방으로 볼이 나올 수 있는 공격적인 퍼스트 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 강사는 일대일 수비 상황에서 동료의 서포트, 공수 전환 상황과 볼 소유권을 잃었을 때 카운터 프레싱 교육이 현장에서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오성환 피지컬 전임지도자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본 경기 중 정보수집능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전통적인 경기력의 4요소인 기술, 전술, 체력, 심리를 각각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인지 -' 결정 -' 실행’이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정보수집을 통한 상황 인지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전임지도자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선수들은 볼을 받기 10초 전에 그 어느 선수보다 주변을 많이 둘러본다”며 주위를 많이 둘러본 선수일수록 패스성공률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뒤이어 그는 주위를 살피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 프로그램을 예로 제시하며 “지도자들이 단순히 ‘주위를 둘러봐라’고 말한다고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그 선수가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훈련 구성을 만들어야 한다. 훈련 프로그램이 특정 행동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까지 현역 선수로 활동하다 올해 은퇴해 지도자를 준비하고 있는 박대한 씨는 “그동안 온라인 교육만 받다가 컨퍼런스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분위기가 좋았다. 새롭게 와닿는 부분도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임생 위원장님의 강연이 와닿았다. 데이터를 통해 월드컵에서 나타난 세계축구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1심제, 리스펙트가 관건

올해부터 초등부 경기는 1명의 심판만 투입하는 1심제로 운영된다. 현재 KFA는 U-12 팀들이 겨울 전지훈련 중인 남해에서 열리는 연습경기에서 1심제를 운영하며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피드백 과정을 거쳐 2월 열리는 겨울대회부터 최대한 차질없이 1심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윤 KFA 대회혁신PJ 리더는 “1심제를 통해 더 많은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 또한 더 나은 심판 육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1심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3,4학년 페스티벌 대회 개최, 초등 우수팀 및 지도자 시상 등을 통해 저학년 경기 활성화 및 팀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우 KFA 심판강사는 1심제가 시행되며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도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했다. 그는 “1심제가 시행되면 오프사이드나 터치라인, 골라인 아웃 여부는 심판이 제대로 판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장의 지도자들께서 애매한 판정이 나오더라도 심판을 최대한 존중해주셨으면 한다. 심판들도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강 심판강사는 8인제 경기규칙을 설명하며 “원래 하프라인 근처 교체지역에서 교체해야 하는데 그동안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심제가 시행되면 반드시 교체지역에서 교체해야 심판들이 잘 체크할 수 있다. 또한 벤치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구별되는 색상의 조끼를 착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잘 안되고 있다”면서 지도자들에게 부탁했다.

소속팀 코치와 함께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건형 경기SC주니어 감독은 “코치들도 컨퍼런스에 참가하면 아이들 교육에 좋겠다고 생각해 수업도 휴강하고 왔다”면서 “이임생 위원장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월드컵에서 모로코를 좋아했는데 모로코가 팀 거리가 컴팩트한 팀이었다는 점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확인하게 돼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감독은 1심제와 관련해서는 “현장의 지도자들과 의견을 나눠보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1심제의 도입 취지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현장에 안착되려면 리스펙트 정신도 중요하겠지만 심판의 역량 강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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