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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믹스드 오케스트라 충돌과 조화/ 류시호 논설위원

충돌과 조화 공연은 국악과 서양 오케스트라가 우리 가락을 새롭게 선보인 공연 덕분 귀 청소를 잘했다.

믹스드 오케스트라 충돌과 조화

류 시 호/ 시인 수필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복지센터 탑골예술단을 초대하여 믹스드 오케스트라 충돌과 조화음악회를 갔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단장 김성국)은 새로운 한국음악 믹스드 오케스트라를 구상했다. 국악관현악과 서양관현악에 전자음향까지 결합한 55명의 국악관현악 연주자와 35명의 서양 오케스트라 연주자 90인조의 새로운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첫 번째 연주곡 수제천(壽濟天)은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곡으로 향악 중 가장 오래된 곡으로 알려져 있다. 개벽을 알리면서 새로운 날의 시작으로 웅장하고 장엄했다. 두 번째 곡, 믹스드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 ‘Found In Light’James Ra가 어머니와 한국을 처음 방문하여 조부모님 산소에서 해가 질 때까지 땅을 치며 통곡하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부모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을 표현했고, 이 곡에 민요 진도 아리랑과 화음을 재구성하여 흐름이 좋았다.

세 번째 곡, 첼로 협주곡 미소(微笑)’는 최지혜 작곡가가 양화진 선교사 묘역을 몇 차례 다니면서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하며 한국을 사랑하는 로제타 선교사의 마음이 되어 쓴 곡이라고 한다. 이 곡은 조선에 대한 간절한 기도와 눈물의 헌신을 기리며 첼로 주연선이 협연했다. 그리고 첼로의 묵직한 음이 90인조 오케스트라와 어울리며 애잔함을 느끼도록 했다. 이 노래는 새로운 날이 밝아오는 느낌을 주고 긴 곡을 악보 없이 연주하는 첼니스트가 참 멋졌다.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악보가 다를 터인데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었다.

가장 인기 있고 큰 박수는 전기 기타와 협연한 능게였다. 전통음악 능게는 행진 음악을 뜻하며 태평소, 나발 등의 관악기와 북, 바라 등 타악기로 힘차고 경쾌하게 연주했다. 여기에 전기 기타가 협주를 했는데, 음악적 분위기에 변화가 많았다. 능게는 전기 기타 고음, 오케스트라의 정열적인 연주가 합쳐져 경쾌하고 웅장하며 박진감 있었다.

일렉 기타 황린의 독주 구간에서 동서양 관현악기 연주자들 시선이 그의 손끝에 모였다. 일렉 기타의 거칠고 자유로운 선율에 맞춰 몸을 흔들었고 흥겨운 관현악의 소리로 화답했다. 소리를 이끌고 가던 기타는 곡의 후반부 바이올린과 첼로, 드럼이 울림을 더했다. 그리고 기타의 애절한 선율과 국악기, 서양악기들의 조화로 멋진 소리를 내서 귀가 즐거웠다.

협연자로는 중앙대 교수이자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을 역임한 주연선 첼리스트와 JTBC 슈퍼밴드2에서 3위를 차지한 카디의 일렉트릭 기타리스트 황린이 참여했다. '충돌과 조화' 공연을 위해 홍정의, James Ra, 최지혜, 장석진 등 4명의 작곡가와 수제천’, ‘한국에 대한 인상’, ‘순교한 선교사들의 삶’, ‘태평소의 능게 가락’, ‘영화 음악적 요소를 주제로 작곡했다.

믹스드 오케스트라 충돌과 조화음악회는 혼합오케스트라가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낯설다가도 친숙했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우리의 악기였던 것처럼 전통 가락을 연주했다. 국악관현악과 서양 오케스트라, 일렉트릭 기타는 때로는 서로 힘을 겨루듯 목청을 높이다가도, 이내 곧 서로의 연주에 울림을 더하며 조화를 이루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충돌과 조화 공연은 국악과 서양 오케스트라가 우리 가락을 새롭게 선보인 공연 덕분 귀 청소를 잘했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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