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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활동) 추사의 세한도와 단원의 평안도 / 류시호 논설위원

우리의 힘든 시절도 곧 지나 봄날 같은 행복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추사의 세한도(歲寒圖)와 단원의 평안도(平安圖)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최근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한과 평안기획전을 갔다. 세한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소장했던 손창근 씨가 국가에 기부한 기념전시회이기도 하다. 평안은 조선 최고의 화가 단원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세 점의 평안감사향연도를 원본과 디지털 콘텐츠로 결합한 특별전이다. 세한도는 당대의 석학이 그린 문인화이며, 향연도는 도화서의 전문화가가 그린 일종의 기록화다.

  세한은 설 전후의 가장 심한 추위를 이르는 말로 인생의 시련이나 고난에 비유되기도 한다.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예술가로 영조의 사위 김정희가 1840년 제주도로 유배가면서 겪은 세한의 시간이다. 이 그림에는 청나라 문인 16명과 우리나라 문인 4명이 감상 글과 함께 두루마리로 꾸며져 있다.

  삶의 고락(苦樂)은 손 뻗으면 닿을 곳에 늘 함께 있다. 춥다가 따뜻하기도 하고, 슬프다가 기쁘기도 하고, 힘들다가 평안하기도 하고, 미워하다가 사랑하기도 한다. 세한(歲寒)은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송백(松柏)의 마음이다.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는 실낱같은 희망이다. 세한도는 8년간 제주 유배 시절 추사 자신의 심정을 추운 겨울날 쓸쓸한 풍경으로 그려냈다.

  평안(平安)은 봄날 평안감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행복이다. 3장의 그림에는 출연인물이 2,500명이 넘는데, 연광정 잔치에 434, 모란봉 부벽루 잔치에 701, 대동강 선유도 잔치에 1,374명이 나온다. 백성들의 마음을 돌아보고 잊지 말아야 하는 다짐이다. 선인(先人)은 변치 않는 희망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뎌냈다. 우리의 힘든 시절도 곧 지나 봄날 같은 행복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생은 늘 그렇다.

 평안감사(平安監司)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다. 본인이 원치 않으면 아무리 좋은 벼슬도 소용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만큼 평안감사(감영이 평양에 있었다고 해서 평양감사로도 불림)는 관리들이 선망한 자리였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평안감사환영도(19세기)만 봐도 대단하다. 대동강 인근에서 가진 연희 장면만 골라 그린 것인데, 한마디로 장관이다.

  그런데 화면 오른쪽 상단에 단원사(檀園寫)라는 글씨와 도장이 있어 이 작품이 김홍도의 작품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김홍도가 직접 그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그의 화풍을 이어 받은 다른 화원의 작품으로 생각된다. 화면에 등장하는 수백 명에 달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상세하게 묘사된 것으로 보아, 작가가 현장에 상주하며 오랜 시간 인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후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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