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라면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오랜만에 대학로 해피시어터 극장에서 ‘연극 라면’을 보았다. 이 연극은 2020년 4월부터 계속 이어지는 롱런 공연이다. 수학 공식처럼 복잡한 사랑을 라면이라는 페스트 푸드를 대입하여 유쾌하고, 코믹하게 풀어보는 젊은이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연극 라면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네 남녀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화를 그려낸 레트로 코믹극이다. 노래방과 라면 분식점을 오가며 사랑을 쌓는다. 연애와 라면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한데 먹는 것을 주제로 하여 다투고 사랑하며 스토리를 엮어간다.
무대는 1990년대,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온 만수와 은실 사이, 만수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라면집을 차리겠다고 한다. 은실은 철없는 만수에게 화내며 헤어지자고 한다. 그런데 주인공 4명이 이어가는 스토리는 우리 젊은 시절에 겪었던 일들이다.
풋풋하고 생각만 해도 떨리는 행복했던 고등학교 연애 시절은 사라지고, 라면 끓일 때 스프부터 넣을까, 면부터 넣을까 고민한다. 서로 생각하는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싸움이 재미있다. 그리고 라면에도 정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는 말과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명언이 우리들 삶과 같은 것 같다. 짜글짜글 볶아가며 끓이는 라면 하나에 웃고 우는 것이 행복의 여정을 깨달았다. 극장을 나와 싸늘해진 대학로 마로니 포차에서 오댕 하나와 국물 훌훌 불고 먹으며 늦가을 정취를 즐겼다. / 논설위원